박사과정을 갓 졸업한 척척박사님을 소개합니다!
대학생이 잘못해서 가는 곳은 대학원이라는 밈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만큼 대학원 생활이 쉽지 않다는 뜻인데요.
기나긴 박사과정을 끝내고 따끈따끈하게 박사학위를 받은 프레시 박사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갓 졸업한 선배의 시선으로 바라본 박사과정에 대한 이야기, 같이 들어봐요!
#박사과정 #대학원졸업 #프레시박사 #FreshPh.D. #박사졸업
(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또 뵙게 되어 반가워요! 느림보 탐정🕵️입니다. 이번 달에도 손님을 모셔보았어요. 바로 박사과정을 갓 마친 fresh Ph.D.이신 🧦(양말)님이십니다. 모두 👏박수👏로 맞아주세요~!
🧦: 안녕하세요! 2월까지 전산과 대학원을 다니다가 졸업을 하고, 지금은 해외 연구소 기업에 다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에 있는 대학교로 교수 임용이 되어 내년부터는 학교로 갑니다~! 해리포터 속 도비에게 자유의 몸이 되게 해준 양말처럼, 저는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원을 탈출해서 그 기념으로 양말을 골라보았어요. DOBY IS FREE~~ 😁
🕵️: 와우 교수 임용이라니! 축하드려요!! 🧦님과의 인터뷰 내용은 특별히 두 편에 나누어서 담아보려고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님의 박사과정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는 🧦님의 박사과정 후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해요. 벌써 궁금하지 않나요? 많관부!
🧦: 대학원 (석사) 진학은 학부생 때 결정했어요. 군 대체 복무 이유도 있었고, 주변 친구들이 다 대학원을 가는 분위기였거든요. 본 연구실로 진학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지도 교수님의 영향이 컸어요.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재밌어서 교수님과 상담도 하다 보니 교수님의 연구실로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학한 건 아니고, 석사과정을 1년 하다가 석박 통합과정을 지원했어요. 그 이유는 군 복무 이슈가 제일 컸죠. 그 당시에도 전문연이 곧 없어진다는 말이 있었어서 일 년이라도 빨리 지원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단순히 교수님이 좋으시니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학부를 졸업할 때쯤이 되자, 교수님도 좋아야 하지만 선후배, 분위기, 연구분야, 월급 같은 기준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1순위로는 교수님과 연구실 분위기, 2순위로는 연구분야였어요. 연구실에서 타깃하는 도메인이 제가 좋아하는 분야랑 많이 겹치더라고요.
직접 다녀보고 나니 왜 다른 기준도 중요하다고 말하는지는 알겠어요. 그렇지만 전 다시 돌아가도 제가 말했던 순위로 연구실을 선택할 것 같아요.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낼 사람들이잖아요. 나를 지지해 주는 좋은 동료 (지도교수님 포함)을 만나면 훨씬 잘 견뎌낼 수 있는 거 같아서 사람이 젤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석박통합이다 보니) 석사과정은 1년밖에 없어서 그냥 적응하는 걸 목표로 했어요. 수업도 듣고, 조교도 하고, 연구실 구현체도 보고 배우면서 적응하는 거죠. 박사과정의 목표는 '졸업만 하자. 어찌 되었든 졸업만 했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 학교 정책상으로는 탑컨퍼런스/탑저널 1개가 있어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교수님마다 생각하시는 졸업 기준이 다르죠. 저희 지도 교수님은 최소 탑컨퍼런스/탑저널이 2개 정도는 있어야 된다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런데 또 그게 모든 학생에게 같은 기준은 아니고, 학생마다 기준을 다르게 보는 거 같아요. 연구실에서 엄청 잘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3개 이상은 써야지 하고 기준을 잡기도 했어요.
🧦: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거 같은데, 저는 석사과정은 박사과정의 맛보기라고 생각해요. 박사과정을 하면 4년 동안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 어떤 요건을 갖춘 사람이 박사로 졸업하는 지를 옆에서 볼 수 있는 기간이죠. 석사 때는 자기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교수님이 주신 연구나 남들이 하는 연구를 확장하는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반면 박사는 자기만의 연구 문제를 정의하고 논문까지 써야하죠. 그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 제가 석박 통합 과정으로 전환한 후 5년을 다녔는데, 처음 2년 반 동안은 논문도 거의 없고, 한두 주제로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방황을 했었어요. 그 때는 ‘남들이 이런 기술을 제안하네? 그럼 이런 기술을 제안하면 되나?’ 하고 기술 중심적인 연구주제를 잡았었죠. 그러다 나중에 남들이 필요하지 않는 기술, 새롭기만 한 기술은 필요 없다는 걸 깨닫고, 연구주제 방향을 완전 틀었어요. 기술이 완전히 새롭지는 않더라도 남들이 안 푼 문제를 중점으로 생각해 봤죠. 그 이후에 제가 가진 모든 탑티어 컨퍼런스 논문 주제들이 나왔어요.
🧦: 단순하고 반복적인 엔지니어링을 싫어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막노동스러운 엔지니어링을 하면서 실제 데이터와 구현체를 뜯어볼 때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어요.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도 데이터와 구현체를 실제로 뜯어보게 되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기도 했고, 연구 주제가 될 수 있는 재밌는 사실들도 많이 숨겨져 있었던 것 같아요.
🧦: 이것도 배운 점일까요? 😁 연구가 재미있구나!를 깨달았어요. 대학원 초반에는 연구가 재밌는 게 모르겠고, 구현이 더 재밌었거든요. 영어도 너무 어려웠어요. 그런데 논문을 제출하고 리뷰도 받아보니, 내가 새로운 걸 만들고 설득하는 과정을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Q. 언제부터 연구가 재미있다고 느끼셨나요?
🧦: 첫 논문이 억셉되고나서니까 박사 4년 차 때부터였습니다.
🧦: 이건 꼭 해야 한다! 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 건 졸업해서 해라”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박사과정을 하다 보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창업도 하고 싶고, 조교 일도 더 잘하고 싶고, 구현체도 더 깔끔하게 구현하고 싶고요. 연구 말고도 재밌는 샛길이 많아요. 하지만 박사 과정 때에는 흥미와 열정을 연구에 쏟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일을 벌인다거나 조교 일을 재밌다고 더 많이 한다거나 등 연구 외에 많은 시간을 쏟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 결국은 시간분배를 잘 하라는 이야기군요! 저희에게 제일 어려운 과제예요..
🧦: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첫 논문이 붙기 전이 슬럼프였죠. 계속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어요. 그럴 땐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가장 친한 친구와 넋두리를 나누는 게 힘이 되더라고요.
논문이 붙고 나서도 계속 굴곡이 있었죠.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요). 지도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방법인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기록해놓는 물리적인/전자적인 상자를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우러러본 대가에게서 칭찬을 받은 메일, 수업을 듣고 고맙다고 보낸 메일, 상장 등을 모아두는 거죠. 힘들 때 열어보고 [ 나는 이 정도의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사람이야 ]를 되새기며 힘을 내는 거죠.
Q: 오! 너무 좋은데요? 혹시 몇 개 정도 모으셨는지...여쭤봐도 될까요?
🧦: 그런 메일은 20개 정도? 제가 뿌듯했던 메일들을 모아둔 거라서요.
🕵️ (연구자): 저도 험난한 박사과정을 견디려면 20개는 모아야겠어요ㅎㅎ
🧦: 연구실마다 너무 다를 텐데, 저희 연구실은 디펜스보다는 프로포절이 더 큰 산이었어요. 디펜스는 프로포절을 넘기고 조금만 더 고생하면 마치는 느낌이랄까요? 저 같은 경우는 첫 논문이 붙고 나서부터 프로포절을 준비했는데요. 남들이 아무도 안 봐주던 분야를 열은 논문이라 그런지, 논문이 붙고 나서도 될만한 주제가 계속해서 나오더라고요. 교수님께서도 이런 주제들로 프로포절 하는 걸 제안해 주셔서 붙은 첫 논문과 될만한 주제를 엮어서 프로포절을 했어요. 그리고 그 논문들이 대부분 출판된 후 디펜스를 진행했죠.
🧦: 프로포절은 [ 나는 박사 기간 동안 이런 연구를 하겠다 ] 하고 교수님 5분 앞에서 발표를 하고 허락을 받는 것에요. 디펜스는 [ 프로포절에서 약속한 연구를 진행한 이후 박사를 졸업하고 싶어요! ] 하며 발표하는 거죠. 본인의 주제에 대해 교수님 5분의 [ 질문을 잘 방어하는가 보자! ] 하는 게 디펜스죠.
🧦: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복에 겨운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논문이 붙었고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그래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어요. 프로포절을 하려면 졸업논문을 써야 하는데, 100장 가까이를 영어로 써야 했거든요. 저는 영어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많은 양의 글을 써야 하고, 1시간 가까이 되는 영어 발표도 준비해야 했고.. 한두 달간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았었죠. 이전에 논문이 잘 안되고 있을 때에는 무엇을 더 해야 될지 몰라서 일찍 퇴근하곤 했었는데, 프로포절 각이 나오자 오히려 새벽에 퇴근했어요. 할 건 많은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하니까...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죠.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졸업하기 전까지는 졸업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큰 산을 넘고 나니 취직이라는 더 큰 산이 보였어요. 졸업을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왔는데, 골인을 하고 나니 취직을 위해 한 번 더 달려야 한다니, 걱정이 컸죠.
Q: 지도교수님께서는 어떤 도움을 주셨나요?
🧦: 진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민에 대한 상담은 항상 해주셨어요. 그 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셨는데요. 한 번은 Meta 본사에 가서 강연을 하실 때 제가 진행한 주제로 발표도 해주시고, 곧 잡 마켓에 나간다고 홍보도 해주셨어요. 학회에 가서도 저를 소개해 주셔서 인지도를 높여 주셨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도 교수님의 옛 동료분이 보스로 있는 연구소에요. 교수님이 직접적으로 추천을 해주신 건 아니지만, 교수님과의 연이 있어 따로 연락을 주셔서 자리가 났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 지도 교수님이 정말 정말 중요하군요.
🧦: 적당한 졸업기준을 가진 좋은 지도교수님 밑에서 박사를 졸업하면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가장 옆에서 지켜보는 지도 교수님이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졸업을 시켰다는 건, 자부심을 가질만한 능력을 가진게 아닐까요? 간혹 학생을 자기 실적을 내는 도구로써 쓰는 교수님이 계시기도 해요. 어떻게든 실적만 내길 원해, 학생이 스스로 가져온 연구 주제가 아니라 실적이 될 것 같은 연구주제만 시키는 거죠. 본인의 주제가 아닌 연구라면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물박사라고 생각합니다.
🕵️: 결국, 아무 도움도 없이 혼자서 논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거네요.
🧦: 네. 꼭 논문이 붙을 필요는 없어요. 완성할 수만 있으면 돼요. 좋은 연구여도 리뷰어들이 보기에 지금 이 시기에 중요하지 않거나 이해를 못 하면 논문이 붙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 그래서 혹시 사람마다 박사 졸업의 기준이 되는 논문 편수가 달랐던 걸까요?
🧦: 네,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면 논문을 하나만 제출해도 어느 정도 졸업을 시켜주는 것 같아요. 반대로 본인이 직접 연구 문제를 정의하지는 못하지만 교수님이 주신 연구주제로 탑티어 논문을 여러 편 쓴 학생이 있을 수 있죠. 교수님이 판단하시기에 그 학생이 아직 독립적으로 연구를 할 능력이 없다면 더 많은 실적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 연구를 재밌어하는 사람이요. 사람마다 속력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뒤늦게 불이 붙는 경우도 있고요. 제가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건 '재밌음' 하나였어요. 무언가를 잘해서 시작을 한다 해도 진행하면서 계속 잘하긴 어렵잖아요. 반면, 한 번 재밌는 건 계속 재미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연구에 흥미를 계속 느끼는 사람은 계속 대학원에 있어도 되지 않나 싶어요. 보상은 늦게라도 온다고 생각해요. 연구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하는 게 좋습니다.
🧦: 먼저 추천하는 이유는, 재밌는 걸 계속 할 수 있다! 그리고 업으로 삼을 수 있다! 입니다. 추천하지 않는 이유로는 연구가 재미있지 않은 사람이 남들이 가니까 대학원에 입학하면 힘들어하는 거 같습니다. 재밌어하는 사람도 오면 힘들어하는 게 대학원 생활인데.. 박사라는 자격증 하나만으로 박사를 오는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Q: 꼭 재미는 없어도 박사학위가 필요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학위로 인한 유리천장을 겪을 수도 있잖아요.
🧦: 회사를 다녀보기 전에 유리천장 부터 걱정하지 말고, 직접 유리천장에 부딪혀본 다음 대학원에 오면 좋겠어요. 박사과정을 오면 회사의 경력 6년을 그냥 버리는거든요. 회사를 다닐꺼면 박사과정 자체보다는 회사의 경력이 더 중요하니까요.
🧦: “너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 해” 이 한마디요! 가장 많이 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잘 와닿지 않던 말인데요. 미래의 내가 해주면 많이 와닿을 거 같아요. 그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 말을 해주면 “너희들이 뭘 알아” 하며 반감이 드는 시기였던 거 같은데, 그러면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 남들이 못 찾는 문제를 찾을 수 있고, 잘 정리할 수 있고, 잘 해결해서 남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으면 누구나 박사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저도 … 쩝쩝 박사군요!
🧦: 그렇죠!
🧦: 저를 알아볼 사람이 있을 거 같아서 뒷감당이 안될 거 같지만,,ㅎㅎ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 하하, 다들 모른 척해주자고요. 그럼 2편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