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선 느림보.
느림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각자 석사와 주니어 개발자 졸업을 앞두고 있는 느림보.
다음 선택지로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좋은 선택이란 뭘까요? 누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박사과정 #진로 #유학 #이직 #후회없는 #선택이란?
(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느림보 온 더 블럭 세션이 아닌, 저희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주니어 졸업을 앞둔 (게 믿기지 않아 현실 부정 중인) 개발자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를 따라 고양이 이모지를 골랐어요.
🐚: 마법의 소라고동님 듣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안녕하세요. 저는 제 진로 선택에 대해 확신을 갖고 싶은 졸업학기 석사 느림보 입니다ㅎㅎ 시간이 참 빠르네요. 벌써 제가 졸업을 앞두고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 마법의 소라고동님, 제 진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부디 말해주세요.
🐈: (그건 아버지 아닌가요?)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
🐚: 하하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이렇게 질문하시더라고요. 딱 "박사.. 하시나요?" 라고요ㅎㅎ 얼마 전에 박사과정 입학 면접을 봤어요. 석사과정과 같은 학교, 그리고 같은 연구실로 진학하려고요. 분명 이미 마음속으로 수십 번도 넘게 내린 결정이었는데, 막상 면접을 보고 나니까 이게 옳은 선택일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내가 미래에 이 선택을 후회하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아요.
🐚: 저의 연구 능력을 가장 잘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서요. 사람마다 특별히 뛰어나거나 부족한 능력이 다르잖아요. 저는 연구를 진행할 때 비전을 가장 중요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치는 것을 잘해요. 반면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은 펼친 아이디어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찾아내어 좁혀가는 과정이에요. 저희 교수님께서는 그 부분을 정말 잘 지도해 주시거든요.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차근차근 문제를 좁혀나가고 하나씩 해결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세요. 그래서 본 교수님께 쭉 지도를 받고 싶었어요. 지도 스타일뿐만 아니라 교수님의 연구 비전에도 공감이 갔고요.
연구실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제 모국어로 소통을 하며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컸어요. 물론 연구를 하다 보면 다른 나라의 연구자들과 소통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언어 장벽으로 인해서 제 연구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면 아쉬울 것 같았어요. 영어 공부를 꾸준히 병행하긴 하려고요.
🐚: 크게는 연구를 계속할지 아니면 개발자로 일하고 싶은지가 있었어요. 그리고 연구를 한다면 석사만 마치고 회사에 가서 할지 혹은 박사과정을 진행할지가 고민이었고요. 그다음 고민은 대학원을 간다면 국내와 해외 중 어디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할지였습니다.
🐚: 대학원에 있다 보면 종종 개발자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점과 돈이 가장 부러워요. 물론 대학원에서도 논문이라는 눈에 보이는 출판물을 만들어내긴 하지만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아무리 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지식을 만들어내도, 이 논문을 보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 중 1000명도 되지 않을 테니까요 (연구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리고 지식이라는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계속 생겨요. 지식이 있어도 그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지 않으면 가치 없는 게 아닌가? 논문을 낸다고 누구의 삶이 달라지는 거지? 반면, 개발자 친구들이 만드는 서비스는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키잖아요. 그게 가장 부럽죠. 아, 높은 연봉도요ㅎㅎ
개발자로 전향할까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일단 연구를 계속 해보자고 결정을 내렸어요. 아직 연구를 충분히 해보지 못한 것 같아서요. 이제 막 첫 논문을 써봐서 뭔가 알 것 같기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한 상태에서 그만 두기에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진짜 즐겨보기도 전에 배우다가 그만두는 기분이거든요.
🐚: 그다음 고민은 석사만 마치고 회사에서 연구를 할지, 박사과정을 진행할지였어요. 회사에서는 자본과 인력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회사에서 리서치를 하는 분을 만났었는데, 자본의 힘이 좋긴 좋더라고요. 리서치에 자본이 필요하면 몇 억씩 지원받아 가며 진행할 수 있대요. 물론 회사 결정권자들이 생각하기에 그 자본만큼의 가치가 있는 연구여야겠지만요.
자본 외에도 전문적인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협업할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아무래도 학계에서 연구를 진행하면 개발도 디자인도 제가 다 해야 하거든요. 이 선택지도 고민을 하긴 했는데.. 일단은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반대로 자본의 힘에서 벗어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회사에 다니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해야만 하잖아요. 아직은 좀 더 자유롭게 제가 좋아하는 연구 주제를 찾아서 여행해보고 싶었어요.
🐚: 이게 가장 고민이 되는 선택지에요.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 같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박사 유학을 가라고 말씀해 주세요. 미국 회사에 취업하려면 (비자 이슈 때문에) 미국 학교의 학위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해요. 그리고 미국에는 더 많은 연구자들이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하더라고요. 더 쉽게 다양한 연구자를 만나 연구 디스커션을 할 수 있대요. 마지막으로 개인의 성향에 따라 미국의 개방적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차근차근 적어보고 나니 또 유학이 좋아 보이네요 하하. 어쨌든 저는 위에 언급한 이유로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 유학의 실질적인 장점보다도 주변 사람들의 입김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국내 박사보다 해외 박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사람들은 많았는데 반대의 사람들은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확신을 갖고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해야지 했었는데 입김이 불어올 때마다 흔들리네요. 아무래도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선택지다 보니까요. 계속해서 내가 틀리면 어떻게 하지? 저 사람들은 그래도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인데, 내가 아직 잘 몰라서 이 선택지를 고르나? 하는 생각이 기어올라요.
🐈: 하하 맞아요! 제가 왜 지난 3월 느림보에서 대기업 개발자로 일했"던" 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군요. 저는 더 이상 대기업 개발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조금 작은 규모 (한국 지사는 120명 정도?)의 회사로 옮겼어요!
🐈: 현재 팀에 불만 있어서 이직을 꼭 하겠어! 하고 준비해서 간 건 아니고요. 아시는 분께서 채용 중이니 지원해 보라고 하셔서 별 기대 없이 지원했는데 운이 좋았죠. 좋은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옮기게 되었습니다.
🐈: 저는 전 회사가 안락하고 좋아서 지금이 아니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회사에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이 안정감에 취해 다른 곳에 가지 못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젊은 시절에 한 번 다른 곳도 가보자!'라는 마인드가 컸어요.
또, 조금 더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대기업은 탑 다운 형식으로 과제가 주어지고, 기획자와 개발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조금 아쉬웠거든요. 그리고 똑똑하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한다면 강제적으로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뭐 일도 더 많겠지만요.
🐈: 다들 축하해 줬어요. 그래서 더더욱 이직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좀 망설여졌거든요. 이미 적응한 회사인 comfort zone 을 벗어나는 게 두려웠었나 봐요. 회사 사람들도 좋고, 잘 적응도 했는데...도전해야하나? 하며 합리화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다들 좋은 회사라고 축하해 주길래, 좋은 회사가 맞나 보다! 하며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 가서 일이 너무 많아 힘든데 사실은 내가 개발이 안 맞으면 어떡하지? 가 걱정이었던 거 같아요. 근데, 아직 젊으니까 대기업으로 다시 돌아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 안되면 다시 공채 면접 봐서 신입으로라도 오면 되겠지라고 마음을 먹으니 조금 덜 불안하더라고요.
🐈: 기대했던 만큼 만족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업무는 덜 친숙해서 아직 적응해나가고 있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다 너무 좋고 열정적이어서 저도 덩달아 열심히 하면서 성장하는 기분이에요.
좋은 선택인지 아닌지는 아직 두고 봐야겠죠? 사실 전 어떤 선택이든 잘못된 선택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길을 고르든 제가 길을 만들어나가는 거니까요.
🐈: 네 저는 좋은 선택을 했다고 판단하는 건 다 현재 상태, 즉 결과에 근거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같은 선택을 했었더라도, 예를 들어 만약 학점이 매우 안 좋아서 취업이 힘들었다면 '내가 적성에도 안 맞는 개발자하려고 컴공과를 오다니 전과할 걸 그랬어!'라며 후회했을 거예요. 결국 어떤 선택을 하냐 보다 그 선택을 하고 어떤 노력을 했느냐가 중요한 거죠.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후회를 한다고 해서,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순 없잖아요. 그럴 시간에 본인이 한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러면 잘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될걸요?
🐚: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게, n년 뒤에 박사과정을 졸업할 때 잘나가고 있다면 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거 봐! 다들 유학 가라 했지만 거봐!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 자신이야 할 거 같아요. 다만 제가 상황이 어렵다면 그때 유학을 갈걸.. 하고 후회할까 봐 걱정돼요. 그런데 이렇게 작성하고 보니 불필요한 걱정이네요! 결국 지금의 선택보다는 n년을 후회 없이 사느냐가 저에게 중요한가 봐요.
🐈: 본인이 한 선택에 대해서 후회는 할 수 있겠지만, 자책하지 않고 책임을 지는 게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봐요.
🐚: 저는 그래서 어른이 되기 싫어요.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요! 하지만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지는 거겠죠? 잘 견뎌내어 단단한 어른이 되어 보겠어요.
🐈: 선택만큼 중요한 건 본인을 믿는 거예요. 본인은 늘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믿어주세요. 아이유 분홍신 속 가사처럼요!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
🐚: 내일의 나는 적어도 오늘의 나보단 똑똑할 거예요. 제가 오늘 아무리 개떡같은 선택을 했어도 내일의 내가 찰떡같은 삶을 살고 있겠죠? 저는 내일의 저를 믿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