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을 마친 개발자와 연구자의 새내기 시절 돌아보기
졸업하고 각자 회사와 대학원으로 간 지 어느덧 일 년.
개발자와 연구자 새내기는 무엇을 배우고 느꼈을까요?
일주년을 맞아 돌잔치를 열었답니다. 구경하고 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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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반가워요, 여러분! 돌잡이 테마에 맞춰서 돌잡이템에 빼놓을 수 없는 실뭉치로 돌아왔어요. 저는 실처럼 오래오래 살고 싶은 갓 2년차가 된 개발자입니다. 손목 건강과 거북목 탈출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 저는 돌잡이템으로 연필만은 선택하기 싫었던 석사 2년차 대학원생입니다. 연필을 잡아본지 5년도 넘은 것 같은데, 🧶님이 돌잔치라면 연필이 있어야지! 하면서 시켰어요..
🧶: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팀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상시 모집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공채같은 교육이 따로 없었어요. 인턴했던 팀에 배정되어서 사람들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일하는 방식에 대해선 무지했죠. 누구에게, 어떤 것을, 어느정도 모를 때, 어떻게 질문해야하는 지 하나도 몰랐어요. 이제는 일의 흐름을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걸 비즈니스 도메인이라고 하나요? 허허..
✏️: 오! 저도 그 일하는 방식 알고 싶어요! 예시 한 가지만 들어줄 수 있나요?
🧶: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아 이건 이 팀이 담당하니까 이 팀에게 물어봐야지. 이건 스펙에 대한 거니까 기획자님에게 여쭈어봐야지. 이정도 걸릴 것 같다고 팀에 공유해야겠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배웠어요.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일이 흘러가는 게 아닐까요? ✏️ 님은 어떠셨나요?
✏️: 저는 하나의 연구 사이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달렸어요! 교수님도 여러 선배분들도 어떤 주제든 잡고 최대한 빨리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 보는 것을 추천하셨어요. 연구 사이클을 한 번 돌아보면 연구를 보는 눈이 트인다고 하더라구요. 🧶님 처럼 저도 이제 연구 흐름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연구의 어떤 단계에 있는지, 이 때는 무엇에 주력해야 하는지 인지하며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저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아이디에이션 과정에서는 최대한 빨리 구현하고 검증하는 사이클을 여러번 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상상만으로는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 여러번의 파일럿 스터디로 검증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반대로 실험 디자인을 할 때에는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실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 것인지, 예상되는 변수는 무엇인지 충분히 나열해보고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분야가 특히 사람을 상대로 실험을 해야 하다 보니 변수가 많아 디자인 과정에서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야 놓치는 부분이 없더라구요.
🧶: 필요한 기술을 공부하는 한 달을 제외하고는, 실제 서비스를 작은 부분부터 맡아서 개발했어요. 어느정도 할 수 있겠다 싶으면 이전보다 큰 걸 맡는 식으로 역할을 키워갔어요. 이렇게 거쳐간 프로젝트만 벌써 3개랍니다! 프로젝트는 기획자님과 스펙을 논의하는 초기단계, 디자이너분들, 기획자분들, 다른 개발자분들과 협업하며 개발을 진행하는 단계, 마지막으로는 개발이 잘 완료되었는지 점검하는 QA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 사이클을 세 번 돌았죠.
✏️: 처음 입학한 9월에는 박사과정 선배님의 연구에 참여했고 10월부터 제 연구 주제에 대한 아이디에이션을 시작했어요. 연구실 선배 혹은 최근 학회 논문을 읽고 아이디어를 가져가면 교수님이 피드백을 주셨어요. 한참 헤매자 교수님께서 주제를 제안해 주신적도 있는데, 그 주제가 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교수님이 좋아하실만한 다른 주제를 찾아 갔던 것이 생각나네요ㅎㅎ 4개월 동안 네 개의 아이디어에 대해 프로토타입도 제작하고 파일럿 스터디도 해보고 했는데, 문제가 설득이 안되거나 충분히 구체적이지 못해 더 진행하지 못했어요. 그 과정을 거치다가 2월에 시작한 아이디어로 문제 정의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 디자인 그리고 실험 후 데이터 분석까지 진행해 봤어요.
🧶: 운좋게도 저는 같은 팀에서 인턴도 했었는데요, 같은 팀과 같은 멘토님과 일한다 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어요. 인턴 때는 보안상 권한도 적고, 실제 서비스를 다루지도 않았어요. 혼자 토이 프로젝트를 한거라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없었구요. 신입 시절은 정반대였죠. (웃음) 가장 달랐던 점은 일을 대하는 태도였어요. 주어진 instruction을 따르면 되었던 인턴과 달리, 신입에게는 instruction을 만들어가는 과정조차 일이었으니까요.
✏️: 다른 사람의 연구에 참여하는 것과 제 연구를 직접 진행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더라구요.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어떤 시스템 디자인을 할 것인지, 유저스터디에 어떤 방법론을 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선택을 해나가야 해요. 다른 사람의 연구에 참여할 때에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입장이었다면, 제 연구를 진행할 때에는 직접 결정을 내리는 입장이라는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선택할 때 마다 왜? 어떤 근거로? 라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답니다.
🧶: 일적으로는 개발한 서비스가 출시될 때, 그리고 사적으로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때요! 제가 개발한 코드를 배포할 때는 서비스가 터질까봐 너무너무 두려웠지만, 막상 제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사용하는 걸 보니 신기하고 짜릿하더라구요..! 이맛개못(이 맛에 개발자를 못 벗어나고 있다는 뜻.) 저는 상시입사라 입사 동기가 없지만, 다음 해 입사한 공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출근하자마자 친구들 메신저에 "일하기 싫다" 라고 메신저 보내는 게 루틴이랍니다. 팀원분들과도 친해져서 커피타임을 하기도하는데,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며 공감하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순간이며,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에요.
✏️: 피험자가 저희 시스템에 대해 여러가지 재미있는 피드백을 줄 때요! 저도 🧶님도 결국 사람에게 쓰이는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 유저가 저희가 만든 것을 직접 사용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꼭 긍정적인 피드백이 아니어도 저희 시스템의 문제를 정확하게 꼬집어주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눴을 때 정말 즐거웠어요. 내가 풀려고 하는 문제에,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에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것에 행복감을 느꼈어요.
✏️: 다른 이야기로는 한참 아이디어를 구체화 할 때 길을 잃은 적이 있었거든요.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모르겠는 막막한 때가 있었어요.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니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는데, 연구실 선배가 선뜻 새벽까지 시간을 내주셨어요. 비슷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며 열띈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만 그랬을 수도 있지만ㅎㅎ), 그 때의 그 감사하면서도 들떴던 마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선배님 감사합니다🙏
🧶: 일이 잘 안될 때요. 3일동안 왜 안되지,, 왜 될까,, 를 끙끙 앓다가 팀원분께 여쭈어봤을 때 10분만에 해결될 때의 현타란.. '왜 이걸 생각 못했는지'에 대한 자책과 '이럴거면 빨리 물어볼걸' 하는 후회가 함께 밀려오더라구요. 그 이후에는 몇 시간 삽질하면 팀원분께 주저없이 물어보곤 합니다! 코로나라 재택이 길어져 팀원분들 뵙기도 어렵기도 하고, 일이고 뭐고 다 재미가 없는 노잼시기가 간간히 오는데, 이럴 때도 힘들긴 마찬가지네요 🤦🏻♀️
✏️: 교수님과의 미팅이 내일인데 준비된 것이 없을 때? 장난이구요ㅎㅎ (물론 그 때도 괴로웠답니다..) 오랜 시간 노력했는데 정작 한 일이 없다고 느꼈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참 사람이 간사하다고 느낀 게, 같은 양의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 일정과 목표를 짜느냐에 따라 성취감이 생기기도 아니기도 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우리가 하나의 돌아가는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시다. 만약 세부 일정과 목표를 세우지 않고 하나의 돌아가는 시스템을 완성 하는 것만 목표로 삼는다면, 그 사람은 완성할 때까지 성취감을 못느껴요. 반대로 주간 목표 및 일정을 세워이번 주는 A 함수 완성 및 테스트, 다음 주는 A함수에 대한 유저스터디를 목표로 진행한다면 그 사람은 매주 성취감을 느끼겠죠. 저는 이것을 몰랐어서 중간에 슬럼프를 겪었어요.
🧶: 저도 공감공감. 슬럼프를 극복하게 된 ✏️님의 자세한 이야기도 다음에 들어보고 싶어요!
🧶: 멘탈이 달라졌어요. 인터넷에 입사 연차에 따른 마음가짐 변화 라고 떠도는 이미지를 보면서 공감을 참 많이 했는데요. 입사 초기에는 유리멘탈에 실수할 때마다 '나는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 ㅠㅠ ??' 였다면, 조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벽을 세웠달까요? '이럴려고 신입 연봉 받는거지~~' 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멘탈이 덜 갈린답니다..꿀팁...하하...
✏️: 저도요! 자책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변화하려는 능동적인 자세로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선배들이랑 저를 비교하면서 난 왜 이렇게 잘하는 것도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지, 왜 이렇게 일 하나를 해도 허술하고 느릴까라며 많이 자책했어요. 하지만 그걸 배우려고 내가 대학원에 온거니까! 이제는 제가 부족한게 있을 때 마다 오 그래, 이번에 배울 것은 이거다! 하루라도 젊을 때 알게되어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 패기롭게도, 저는 개발자로서 폭풍성장🔥하는 게 목표였어요. 학부 시절에는 수업 프로젝트만 해서 개발다운 개발(?)을 경험해보지 못했거든요. 회사에서 사용자가 쓰고 있는 대규모 서비스를 개발하면 많은 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던 것 같아요. 이루었냐에 대한 답변은..글쎄요. 시험점수처럼 점수화되어있지 않아서, 성장했는지에 대한 기준도 측정도 어려운 것 같아요. 1년 전보다 지금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지만, 이건 요령이 늘어서가 아닐까요?
✏️: 저는 올해 9월에 논문 제출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실패했습니다.. 하하..🥲 하지만, 연구의 사이클을 한 번 돌았다는 점에서는 성공했어요. 연구 한 사이클 돌기가 목표고 논문 제출은 그에 대한 하나의 성과 지표였기 때문에 목표는 나름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개발자로서의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1년을 보내고 싶어요. 멘토님이 저랑 몇 년 차이가 안나시는데, 모르시는 게 없으셔요. 지금 제 상태로 허울뿐인 하루하루를 보내면 제가 멘토님 연차가 되어있을 때 멘토님처럼 되어있을까? 질문을 해보면 답은 아니더라구요. 다양한 것을 접해보고, 모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물어서 제 것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이렇게 하다보면 몇 년 뒤에 제가 멘토가 되어서도 신입 분을 잘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 대학원을 졸업할 때 중요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어요. 이것을 위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이번 일 년의 목표입니다. 능력을 기르기 위해 1일 1공부 습관을 들이고 싶구요,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익히기 위해 OKR, 데일리 스크럼, 디자인 스프린트 같은 방법론을 제 방식대로 익히고 소화하고 싶어요.
🧶: 문제를 해결하면서 배우는 게 많은데,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아쉬워요. 그런 의미에서 원인은 모른 채로 '와 해결되었네?' 하지말고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해야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한마디 해주고 싶네요. 아, 그리고 깨달은 것들과 했던 프로젝트 정리도 잘해두라고 덧붙이고 싶어요. 몇 달 뒤에 다시 보면 기억이 하나도 안나더라구요. 앞으로는 잘하자, 🧶아.
✏️: 저도 🧶님과 비슷한 말을 해주고 싶어요ㅎㅎ 모든 선택에는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 얼렁뚱땅 이러면 되지 않을까? 했던 모든 결정들은 결국 문제가 생겨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것. 빠른 길보다 옳은 길이 더 빠르다 친구야. 그리고 정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기억과 말은 휘발(volatile)하기 때문에 모든 결정은 항상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알았지 ✏️아?
🧶: 그럼에도 사고 한 번 치지 않고, 잘 해오고 있다! 특히 재택이란 환경 속에서 팀에 적응한다고 고생많았다!
✏️: 비록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본인을 되돌아보는 자세는 훌륭하구나. 앞으로도 자만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하자!
🧶: 손목 스트레칭 자주 해라..운동 해라..
✏️: 운동 해라.. 바른 자세로 일 해라.. 목 어깨 등 허리가 다 쑤시는구나..
🧶: 역시 건강이 최고군요... (나이가 드니까 말줄임표가 는 거 같네요...)
✏️: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도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부끄러운 점도 많네요. 이런 점을 발판 삼아 다음 1년은 더더욱 멋진 사람이 되어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 님도 함께요!
✏️: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일 년 동안 🧶님과 저는 다른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상상했어요. 그런데 웬걸, 생각과는 달리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놀랐어요. 만들고 있는 시스템이 바로 시장에서 쓰이는지 아닌지만 다르지 사실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 또 다른 점은 🧶님은 디자이너, 기획자, 다른 개발자와 협업을 한다는 점이 있긴 하군요. 그렇다면 (5명 이내) 스타트업의 개발자는 연구자와 비슷한 일을 하는 걸까요?
애매한 질문으로 끝났는데ㅎㅎ 🧶님 소중한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장하는 여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 기회가 된다면 스타트업 개발자분 인터뷰해봐도 좋을 거 같네요!
✏️: 좋은 생각이에요! 인터뷰하고 싶은 분들이 정말 많군요ㅎㅎ
🧶 & ✏️: 아, 그리고 느림보 프로젝트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주셔서 놀랐어요! 부담도 되지만 저희만의 이야기를 잘 풀어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DM이나 메일 (slowturtlesys@gmail.com) 주세요. 구독도 환영합니다. 감사해요, 여러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