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탈출의 나비효과
지난달의 도파민 탈출기,
잘 하고 계신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한 달 후기를 들고 왔습니다.
도파민 탈출로 뜻밖의 나비효과가 있었다고 하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함께 만나 보시죠!
#도파민_중독 #도파민_탈출기 #성취의_눈덩이 #칭찬_스티커
(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 안녕하세요, 추위를 타는 개발자 🍊 입니다. 최근 제주도 여행에서 귤 수확철이라 어딜가나 귤이 가득했던 게 인상 깊어 🍊 을 골라봤습니다.
[연구자 🍵]: 제주도 잘 다녀오셨나요? 안녕하세요 연구자 🍵 입니다. 요즘 날씨가 정말 춥더라고요. 날이 추워지니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게 되더라고요. 그에 맞춰 🍵 를 골랐습니다!
[개발자 🍊]: 먼저 도파민 탈출기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은 [23년 10월] 도파민 탈출기 글을 참고해주세요!
하, 솔직히 말해야겠죠? 밑밥부터 깔자면 유튜브라는 자극적인 취미를 한순간에 끊는 건 저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어요. 도파민 탈출! 까지는 못했지만, 보는 시간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녁이 있는 삶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주로 동물의 숲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게임을 할 땐 '나는 게임만 하는 비생산적인 인간이야ㅠ'하고 기껏 다 즐겨놓고 스스로 자책해서 마음이 찜찜했었는데,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명칭을 붙이니 취미생활을 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ㅎㅎ
[연구자 🍵]: 저녁이 있는 삶 살기에 성공하셨군요! 유튜브는 차차 줄여가면 되죠~ 지금처럼 취미 시간을 늘리다 보면 빈 시간이 생길 때마다 유튜브가 아니라 원하는 취미를 능동적으로 찾아 즐기게 되지 않을까요?
[개발자 🍊]: 그랬으면 좋겠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능동적으로 여가시간을 보내는 게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핵심인 것 같아요. [연구자 🍵]님은 그래서.. 도파민 탈출 성공하셨나요?
[연구자 🍵]: 저도 [개발자 🍊]님처럼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우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저녁 이후 시간을 능동적으로 보내보자!' 로 시작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저녁이 아닌 시간도 내가 주체적으로 사용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특히, 내가 원하지 않는데 습관성으로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아, 그렇다고 유튜브를 아예 끊게 된 것은 아니고요. 여전히 빈 시간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켜긴 해요. 근데 영상을 틀자마자 '아 이거 보면 1시간 그냥 사라진다. 일단 유튜브를 끄고 하고 싶은게 있는지 생각해보자' 하며 바로 꺼요. 제 기준 어마어마한 변화죠. 끄고 나면.. 사실 아직은 막상 꺼도 하고 싶은게 잘 떠오르진 않아요. 능동적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하진 않더라고요. 할 게 너무너무 없어서 결국은 할 일을 정리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웹툰을 보거나, 음악을 들어요. 그러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해서 일찍 잠에 듭니다. 나름 도파민 탈출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개발자 🍊]: 학생 때부터 수도 없이 도파민 탈출을 시도했었죠. 그간 제가 썼던 방법은 '안돼! 그만 봐!' 식의 강경책이었어요. 스크린 락을 걸어두기도 하고 앱을 지우기도 했죠. 그리고 그 시간에 공부 혹은 일 (다시 말해 별로 재미없는 것)을 하기를 원했어요. 도파민을 제한하고 재미없는 걸 하려고 한다? 당연히 지속 가능하지 못했죠. 이번 [저녁이 있는 삶]이 도파민 탈출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저에게 여가나 다름없었던 도파민 시간을 다른 여가시간으로 대체하려 했기 때문이에요. 습관성 유튜브 보기를 내가 선택해서 하는 동숲 게임으로 바꾸니 할만 해진 거죠.
[연구자 🍵]: 공감해요. 목표를 조금 더 쉽게 잡은 것이 비결이지 않을까 싶어요.
[개발자 🍊]: 삶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주도적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를 스스로가 선택하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는 게 뿌듯했어요. 이전에는 시간에 대한 주인의식 없이 쫓기는 느낌으로 흘러가는 대로 살았었거든요. 확실히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분이 달라요. 역시 원효대사 해골물처럼 사람 마음먹기 달렸나 봐요.
[연구자 🍵]: 와 너무 공감해요. 저도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오늘 게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어!' 다짐하고 즐기는 거랑, 별 생각 없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습관적으로 게임을 키는 거랑 기분이 다르더라고요.
[개발자 🍊]: 그쵸!! 제 동숲이 지금 그런 상태랍니다. [연구자 🍵]님은 변한 게 있으신가요?
[연구자 🍵]: 저는 뜻밖의 나비효과를 경험하고 있어요. 즐길 거리가 없어 심심하니 일찍 잔 것뿐인데, 의도치 않게 일찍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전 아침형 인간을 선망하는 만년 저녁형 인간이거든요. 일찍 일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모두 실패했는데, 이렇게 우연찮게 성공하게 되어 놀랐습니다.
[개발자 🍊]: 와, 대단해요! 제가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입니다' 라는 짤을 봤는데, 정말 다르던가요?
[연구자 🍵]: 정말 별거 더라고요. 특히, 그 우쭐감이 정말 최고입니다! 아침의 고요한 공기와 한산한 거리를 느끼면서 출근하면 우쭐대는 감정이 차오르면서 … 농담이고요. (우쭐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ㅎㅎ.) 저녁형 인간이었을 때에는 항상 시간에 쫓겨 살았어요. 눈 뜨자마자 '아 오늘도 늦게 일어났네, 빨리 출근하지 않으면 오늘 하루도 사라질 거야' 하며 조바심으로 하루를 시작했죠.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아침형 인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절대적인 아침의 기준이 있기보다는 저마다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하루의 루틴보다 빠르게 일어나는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제 기준 루틴보다 일찍 일어나니 하루의 시작부터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오늘은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커피나 한잔해볼까?', '오늘은 구름이 예쁘네, 좀 더 멀리 돌아가더라도 구름이 잘 보이는 길로 출근해야지' 하며 자투리 시간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커피 한잔하기, 예쁜 길로 출근하기, 정말 별거 아니거든요. 딱 5분만 더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아무리 자질구레한 거라도 내가 원해서 선택하고 즐긴다는 게 저에게 성취감과 행복을 주더라고요.
[개발자 🍊]: 그쵸 그쵸. 성취감이 또 좋은 게,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운을 주잖아요!
[연구자 🍵]: 맞아요! 작은 성취가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더 큰 도전에 대한 성취가 또 다음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죠. 요즘은 이 성취의 눈덩이를 굴리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어요.
[연구자 🍵]: 제 자신에게 칭찬 스티커를 주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단기적인 목표가 주어지고 계속해서 평가가 이루어지니까 성취가 눈에 잘 보인단 말이죠. 그런데, 대학원에서는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칭찬 스티커! 초등학생도 움직이게 하는 칭찬 스티커를 활용해 보고 있습니다.
[개발자 🍊]: 엇, 어릴 때 칭찬받으면 스티커 하나씩 채워서 다 채우면 선물 주던 그 칭찬 스티커요? ㄴㅇㄱ [연구자 🍵]님은 어떤 행동에 칭찬 스티커를 주셨나요?
[연구자 🍵]: 처음으로 만든 칭찬 보드는 아침 9시 전에 출근해서 뿌듯할 만큼 열일하기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시작하니까 출근만 조금 늦게 해도 오늘 하루 내내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칭찬 보드를 오전과 오후로 나눴어요. 비록 오전에는 칭찬 스티커를 받지 못하더라도 오후에 열일하면 받을 수 있게요. 그러다 주말 출근을 했는데, 열일하기 외에도 주말에 연구실에 출근한 나를 칭찬하고 싶어서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기도 새로운 칭찬 보드로 만들었습니다.
[개발자🍊]: (헉 주말 출근이라니..) 효과가 있나요?
[연구자 🍵]: 칭찬 보드를 여러 개로 쪼갠 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어요. 이전에는 오전에 늦게 일어난 것만으로 하루가 망한 기분이었는데, 여러 개로 칭찬 보드를 나눠서 분산 성취(?)를 하니 완벽하지 않은 하루더라도 만족하면서 의미 있게 보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스티커가 처음에 한두 개 있을 땐 그저 그랬는데, 다섯 개 정도 쌓이고 나니까 더 채우고 싶다는 열망도, 뿌듯함도 점점 커지더라고요. 성취가 정말 눈덩이처럼 굴러간다는 걸 직접 느꼈습니다.
[연구자 🍵]: 성취의 달콤함을 한 번 맛보고 나니 더 많이, 더 자주 느끼고 싶더라고요. 큰 목표던 작은 목표던 관계없이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래서 휴대폰 메모 앱에다가 계속해서 작은 목표를 적는 취미가 생겼어요. 시간이 비면 그냥 습관적으로 메모 앱을 켜요.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쭉 적죠. 작은 목표를 적다 보니, 적고 나면 고민 없이 바로 그걸 하게 돼요. 진입장벽이 낮거든요.
[개발자 🍊]: 저도 [연구자 🍵]님의 경험을 듣고, 이미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들을 잘게 쪼개서 투두 리스트처럼 만들고, 이를 특정 시간에 하는 루틴을 정해서 하고 있어요. 저는 모닝 루틴으로,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 , 환기를 시키고 ✔️ , 물 한 잔을 마시고 ✔️ , 명상음악을 들으며 요가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해요. 작은 행동들이어도 끝내고 나면 성취감이 들어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기운을 줍니다.
[연구자 🍵]: 성취 도파민 좋긴 한데, 너무 중독되다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는 시간, 멍 때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줄어들더라고요... 쉴 때마다 할 일을 적고 하나씩 해나 가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일을 끊어내질 못하게 되었어요.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개발자 🍊]: 엇, 성취 도파민도 무서운 거였군요. 일 중독이 되어버리시다니! 안돼요! 세 가지 시간이 균형되어야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저번 글에서 이야기했잖아요! 앞으로는 휴식하는 시간도 도파민 계획 중 하나로 넣으시는 거 어떤가요?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가를 칭찬 스티커에 넣는 거죠.
[개발자 🍊]: 성취 도파민을 잘 이용해서 남은 올해도 알차게 보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어떻게 되든 도파민 중독자긴 하네요 저희 😅
[연구자 🍵]: 하하 그러게요. 이번 게시물을 통해 도파민이 꼭 끊어내야만 하는 나쁜 거라는 생각은 덜 들게 되었어요. 그래도 또 너무 성취 도파민에 빠져 삶을 잃진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