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란 무엇일까요? 고민많던 느림보의 시작을 소개합니다.
느림보의 시작은 대학시절 저희의 고민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느림보가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했는지 소개하고
앞으로의 느림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2022년에 보니 더 반갑네요, 여러분! 만 2년을 향해 달려가는 개발자 나무늘보입니다. 추운 날씨 탓에 침대에서 느릿느릿 기어 다니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부지런하고 싶어요!
🦔: 안녕하세요! 요즘 마음이 삐죽삐죽 고슴도치 같은 석사 2년 차 대학원생입니다. 이제 디펜스가 한 학기 남아서 그런 걸까요?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다니 믿기지 않네요. 올해도 열심히 달려봐요!
🦥: 많은 분들이 월간 느림보에 대해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느림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해요. 저희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 네 좋습니다. 월간 느림보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왜 월간 느림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지'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였어요. 새해맞이 느림보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죠!
🦥: 옛날이야기를 꺼낼 때가 왔군요. 🦔님과 저는 과 친구였어요. 같이 수업 몇 번 들은 정도? 이렇게 매달 함께 글을 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같은 과여서 '과제 힘들다~~ 그치~~' 했던 사이로 기억해요. 그러던 어느 날, 🦔님과 카페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마음 한구석에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요. 😅 그때 했던 이야기가 바로 느림보의 시초예요.
🦔: 그 당시 저는 중도 휴학을 했었어요. 학기를 버텨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학점도 잘 받고, 좋은 회사 인턴도 하고, 만들고 싶은 것을 뚝딱 만들어 내는데, 저는 수업 과제도 너무 벅찬 거예요.
그날 🦥님께 이 이야기를 공유했어요. 털어놓으니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 이후로 고민이 있을 땐 매번 🦥님을 찾아갔죠. 그 인연이 느림보 프로젝트까지 오게 되었네요.
🦥: 저의 고민은 '전공이 맞지않다' 였어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2학년 때 과를 선택하는데, 저는 싫어하는 과들을 배제하다보니 컴퓨터공학과에 가게 되었어요. (그 땐 컴공과가 지금처럼 인기가 좋지도 않았답니다.) 하고 싶은 게 없는 상태였는데, 미래에 하고 싶은 게 생긴다면 전공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게 컴공과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안맞으면 다른 과 가지뭐" 라고 생각하고 간 과였는데, 어떻게 적응을 할 수 있겠어요. 열심히 하지도 않은 채, 적성이 아니라며 회피만 했었죠.
🦔: 저의 고민 역시 '전공이 맞지 않다' 였어요. 재미있는 건, 저는 컴공이 좋아서 진학했어요. 혼자서도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멋있었거든요. 분명 좋아서 선택했는데 흥미가 없다는 이유로 전과를 고민했죠. 결국 좋아서 선택했던, 남은 선택지가 없어서 선택했던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른 친구들만큼 잘하지 못해서'요. 전공이라면 다른 친구들처럼 찰떡으로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하늘에서 내려준 천재 프로그래머 친구들도 있긴 해요. (많..기도 해요.) 그치만 노력으로 잘하게 된 친구들도 분명 있어요. 저는 그런 친구들의 노력은 보지 않고 '나는 전공이 맞지 않으니까' 라며 정신승리했죠. 부족하면 배로 노력했었어야 했는데,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게 참 아이러니였죠.
🦔: 저도요. 사실 그냥 천천히 내 페이스에 맞춰 공부해나가면 되는데, 친구들과 선배들과 비교를 하며 저를 괴롭혔어요. 저 선배는 저 회사 인턴을 하네? 저 친구는 토이 프로젝트로 재밌는 걸 만드네? 라며 괴로워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나네요. 저도 괜히 그런 걸 하고 싶어서 기초 공부를 생략하고 멋있어 보이는 것만 시도했어요. 그리고 그게 큰 독이 되었죠.. 실력보다 어려운 것만 도전하니 계속해서 실패했어요. 계속해서 실패하니 흥미/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냥 전과라는 방법으로 도망치고 싶었어요.
🦥: 전혀요! 저와 다른 멋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것저것 멋있게 보이는 활동도 하고 저와는 다르게 과에 잘 적응해보였거든요. ㅎㅎ
🦔: 저 역시 전혀요. 그날 전까지 🦥님은 저와 달리 정말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회사 인턴도 다녀왔고, 이것저것 토이 프로젝트도 잘 해냈거든요. 찐 개발자라면 저런 사람이지..라고 부러워하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님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을 때 깜짝 놀랐어요.
🦥: 하하 왜냐면 제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친구들이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잘 모르면서 응 ^^.. 하면서 넘어갔었죠. 그렇게 하면 저 자신을, 사실은 포장지뿐이었던 저를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 알맹이 없는 화려한 포장지! 🦥님과 저의 공통점이자, 서로 숨겨왔던 비밀이었죠. 저희는 나름 겉으로 보기엔 많은 활동을 했던 사람이었거든요. 수업에서 빡센 개발 프로젝트를 완성도 있게 했거나,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있었거나 하는 것들이요. 문제는, 경험에 비해 실력이 탄탄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포장지는 오히려 저희의 발목을 잡았어요. 알맹이를 채워야하는데, 포장지만 지키기에 급급했거든요. 모르는 것도 아는 체하고, 기초 공부에도 소홀했죠.
🦥: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참 위안이 되더라구요. 저빼고는 다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중 하나였던 🦔도 저와 같았다는 사실이 힘이 되었어요. 그래서 뒤쳐졌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느리지만 계속 걷자 라는 의미에서 느림보 🐢 라고 둘을 칭했죠.
🦔: 정말요. 처음으로 온전한 내 자신을 인정하자 속이 후련했어요. 더 이상 나를 숨기거나 꾸미려고 급급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도 된다는 용기를 준게 바로 🦥님이었어요.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위안이 되더라구요. 그날 이후, 느리면 느린대로, 우리의 속도대로 걸어나가고 있어요.
🦥: 지금도 참 아쉬워요. 그간의 과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혼자 묵묵히 했더라면 알맹이를 쌓아갈 수 있었을 텐데.
🦥: 네! 쉽진 않았어요. 회피했던 공부가 산더미로 쌓였었거든요. 지금까지 꿀 빨며 살았던 내 업보라고 생각하며 견뎠죠. 제가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잘 살고 있잖아요! 간혹 저희끼리도 농담으로 이야기해요. '와 우리 처음 고민 나누었을 때에 비해 알맹이가 많이 채워졌는걸?' 하고요.
🦔: 네! 그 뒤로 아주 작고 쉬운 것부터 하나씩 제대로 성취해 나갔어요. 그러자 나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없어졌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자신감이 생기자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더 많은 것을 도전하고 습득할 수 있게 되었죠.
🦥: 완전요! 제가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저런 학부 생활을 보내고 싶었을 정도로 알차게 사는 걸 이 두 눈 👀으로 똑똑히 지켜봤죠. 너무 수고했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알맹이가 없다고 고민했는데, 주접 한 스푼 담아서 말하자면 이젠 이 멋진 알맹이를 어떻게 포장하면 좋을까 옆에서 고민된다니까요. 🤷♀️
🦔: 너무 멋있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있어 가끔은 더 이상 저랑 안 놀아주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할 정도라니까요! 몇 마디 대화만 나눠도 하루하루 탄탄히 성장하고 있구나가 느껴져요.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꾸준한 노력도요. 정말 고생했고 잘 해냈어! 앞으로는 더 잘 해낼 거야. 파이팅!
🦥: 저는 재택 환경이 길어지다 보니 사람과의 대화가 고팠어요. 그래서 🦔 님과 이야기하던 중, 정기적으로 zoom 미팅을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를 냈죠. 매주 시답지 않은 근황부터 고민거리까지 다양한 주제를 나누었어요. 말로만 남기기에는 아까워 글로 기록하게 되었고, 글만 쌓아두기는 아까워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어서 월간 느림보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 저는 제 성장 일지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혼자 쓰면 바로 그만 둘 것 같아서 🦥님을 꼬셨죠ㅎㅎ 저희 학교 교수님 중에 유학 생활을 블로그로 기록하신 분이 계셔요. 그분의 기록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공감했었거든요. 저도 그런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고 싶어서 매주 만나서 글을 써보자고 제안했어요.
🦥: 매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생각을 정리하고 구체화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고민도 정리하니까 별거 아니더라고요. 다른 분야라서 더 좋았던 점은 새로운 시각으로 제 고민을 바라봐 준다는 점? 다른 세상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재미는 덤이고요. 쌓인 글들을 보면 지난 저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아요. 신기한 게 사람의 감정이 반복되더라고요. 이전엔 어떻게 해결했는지 과거의 저에게 자문을 구한답니다.
🦔: 개발자라는 진로를 고민했던 한 (과거) 대학생의 입장에서 다른 길을 택한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 수 있어 좋아요! 뿐만 아니라, 현재는 연구자로 학교에 적을 두고 있지만, 졸업 후엔 회사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거든요. 틈틈이 만나 이야기하면서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나, 어떤 고민을 갖고 일하고 있나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월간 느림보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요. 우선은 그 달의 저희가 나눈 고민에 대해 쓰려고 해요. 일에 대한 고민, 진로에 대한 고민, 혹은 또 다른 게 될 수도 있겠죠? 다른 분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계획 중에 있어요. 구독자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도 궁금하네요.
🦔: 저는 웹툰으로 치면 일상툰을 쓰고 싶어요. 시시콜콜한 생각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느림보를 보고 연락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본인도 마침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거나,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며 연락을 주시는데 그때 정말 뿌듯해요. 말하기엔 부끄럽고 간지러운 고민들이 있잖아요. 느림보가 그들을 위한 소통 창구가 되어주면 좋겠어요. 누군가에겐 현재의 고민을 정리할 수 있는 글이, 누군가에겐 과거의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글이, 누군가에겐 다른 세상을 엿볼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네요.
🦥 & 🦔: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 지 아래 설문지에 답변해주세요~ 뭐든 좋아요! 고민 상담도 좋고, 듣고 싶은 주제도 좋고, 패널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도 모두 환영입니다! 🥳
🦥: 우선은 월간 느림보라고 선전포고를 해두어서 매달 말에 글을 벌써 여섯 번째나 쓰고 있는 저 자신에 놀라워하고 있고요. (셀프 박수 👏) 목표는 계속해서 매달 글을 써내는 거예요. 매달 새로운 고민이 생기니 주제가 고갈될 일은 없길 바라면서..!
🦔: 느림보 프로젝트가 만 5년이 될 때 독립 서점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예요!
🦥: 나중에 보면 이불킥! 할지도 모를 고민을 느림보에 나누어보았는데요.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가고 힘이 되는 글이면 좋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게 다음 달에 또 뵙기를!
🦔: 다들 행복한 설 연휴 보내시길! 설 연휴와 겹치면서 1월 느림보 작성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미루지 않고 해낸 느림보에게 칭찬의 박수 드립니다! 미루고 싶은 일, 막상 시작하면 별거 아니다!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번 달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