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내가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는데 즐겁지 않았던 적이 있으신가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는 없는 걸까요?
즐겁게 일하는 비법이 궁금하신가요?
무적의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공개합니다!
(결국 일을 해야 하는 건 달라지지 않지만요..하하)
#일의_즐거움 #투두리스트 #어떤_일이든_해내는_방법
(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반려 식물들과 사는 즐거움에 빠진 식집사이자 연구자입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영차영차 새잎을 내고 꽃망울을 틔우는 식물 친구들을 보면 참 뿌듯하고 행복해요. 그 친구들처럼 꾸준하게 살아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휘몰아치는 업무 파도 🌊 를 서핑하고 있는 서퍼 개발자입니다! 날씨도 더운데 웹 서핑 말고 진짜 서핑하러 바다 가고 싶네요!
(느림보 구독자): 저기 그런데, 이번 느림보에 게스트 초대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 (웅성웅성)👤👥..
🧑🌾 & 🏄♀️: 느림보 독자님들께 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게스트님을 모시려다보니 인터뷰 일정이 조금 늦어졌네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다음 달 느림보에 초대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지난 느림보 땐 고민이 참 많았네요. 결국 저는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했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언젠가 느림보에 담아내볼게요.) 조금 비이상적이기도 한데요, 직감이라는 건 몇십 년간의 저의 선택에 따른 알고리즘이니까 한 번 믿어보려고요. 막상 선택하고 나니 별 고민은 아직 없어요. 열심히 일하면서 놀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
🧑🌾: 저는 삶의 재미 포인트를 찾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가 더 즐거울지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반려 식물 키우기인데요! 살아있는 존재에게 사랑을 쏟는 것의 기쁨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옆 연구실 분들과 열심히 키운 식물을 서로 교환하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ㅎㅎ
🏄♀️: 지난 느림보에서 어떤 일이 저에게 재밌는지를 이야기했었잖아요. 이번 달에는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좋은 사람들과 이것저것 고민해가면서 만들어가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이렇게 하나씩 재미 포인트를 찾아간다면 더더욱 즐거워지겠죠?
🧑🌾: 글로 적고 나니 의아했던 게, 제가 "일의 재미 포인트" 라고 적은 것들이 모두 대학원에서 했던 일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왜 석사 2년 동안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았을까요? 7월 동안에 왜 나는 내가 제일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지 않았나 에 대해 고민을 해봤어요. 단순히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한다고 삶이 행복해지지는 않나 봐요.
🧑🌾: 마음을 잘 살펴보니 아무리 하고 싶은 일도 일정에 치여서 억지로 하게 되면 괴롭더라고요. 최근 신고은님의 <내 마음 공부하는 법>이란 책에서 와 닿는 말을 찾았어요. 사람은 자율성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은 욕구), 유능성 (잘하고 싶은 욕구), 관계성 (잘 지내고 싶은 욕구)를 추구한대요. 아무리 하고 싶고 즐거운 일이더라도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면 자율성을 위배하는 거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일정에 치여서 어떤 일을 의무적으로 진행한다는 생각에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 🧑🌾님, 혹시 저와 정신을 공유하나요? 최근에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휴가를 떠나고 싶어 무리하게 업무 일정을 잡았었는데, 오히려 일정에 대한 압박감이 느껴져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요.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작도 하기가 어려운 느낌이랄까요? 마치 시험 기간 데드라인에 닥쳤지만 공부할 게 산더미여서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미루면서 현실 부정을 했던 대학교의 저 같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간 압박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로 느껴지니 되려 하기가 싫어졌나 봐요.
🧑🌾: 제가 요즘 기가 막힌 방법을 찾았어요! 하루빨리 공유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답니다. 방법의 이름은 <긍정 알고리즘> 돌리기인데요.
🏄♀️: ˗ˋˏ와ˎˊ˗ !! 이름이 너무 별론데요?
🧑🌾: 아, 아, 이름만 보고 건너뛰지 마시고, 한 번 들어보세요. 일단 설명 한 번만 들어보시고 다시 이름을 붙여주시겠어요...?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은데요:
머릿속을 비우고 나에겐 아무런 일정도 할 일도 없다고 세뇌한다.
나에게 무한한 시간이 생겼는데,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 나열한다.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적다 보면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나온다. 그 일들은 <하면 되는 일> 리스트로 정리한다.
이 알고리즘을 실행하면 내가 앞으로 할 모든 일이 <하고 싶은 일> 과 <하면 되는 일> 리스트로 나눠집니다. 나에게 남은 모든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거나, 손쉽게 완료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니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죠!
🏄♀️: 그러면 결국 <하고 싶은 일>과 <하면 되는 일>만 남는 건가요?
🧑🌾: 네 그렇습니다! <하면 되는 일>이라고 적었지만, 사실 이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모든 일을 말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에 끝내야 하는 <하기 싫은 일>들이 있잖아요. 그 일들은 3. 과정에서 모두 <하면 되는 일> 리스트에 추가되는 거에요. 그 일은 <하기 싫은 일>이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기 위해 <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다시 말해 모든 일은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로 나뉘는데, <하고 싶지 않은 일>이란 표현 대신 <하면 되는 일>로 표기하는 거에요.
🏄♀️: 오 신박한데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군요!
🧑🌾: 자 이제 알고리즘의 이름을 다시 붙여주시겠어요?
🏄♀️: ...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마음에 안 드시나 보군요...
🏄♀️: 맞아요! 해도 안 되는 일이 존재할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엄 - 청 어려운 수학 문제 풀기요!
🧑🌾: 그런 일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해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을 더 작게 쪼개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일>로 나눠지거든요. 엄청 어려운 수학 문제 풀기 자체는 <해도 될지 안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더 작게 쪼개볼게요. 엄청 어려운 수학 문제가 주어졌을 때 저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풀이 방법인 A, B, C 를 써볼 수 있겠죠? 그렇게 하면 A, B, C 방법으로 풀이해보기 각각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 되는거예요. 물론 A, B, C를 시도해본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을 수 있죠.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잖아요? 그럼 된 거죠. (수학 전공자분들 혹시 제 설명에 모순이 있다면 DM 주세요..)
🏄♀️: 팀 프로젝트면요? 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코너 케이스 찾는중...)
🧑🌾: 예를 들어 나와 A가 팀 프로젝트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팀 프로젝트 완료하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들어가기 힘들 거에요. 나 혼자 일한다고 팀 프로젝트가 완료되지는 않으니까요. 대신 팀 프로젝트 완료하기라는 큰 목표를 쪼개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A가 할 수 있는 일로 나뉘겠죠?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로 적으면 됩니다. 위의 수학 문제 예시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더라도 팀 프로젝트가 완성되지는 않을거예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는데도 팀 프로젝트가 완성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일은 대개 나에게 거대해 보이는 일이 많잖아요. 잘 몰라서 모호하고, 괜히 어려워보이는 일이요. 몬스터로 치면, 처음 보는 LV.??? 짜리 몬스터를 맞닥뜨린 거죠. 몬스터가 물 속성인지 불 속성인지, 어떤 기술을 써야 그 몬스터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 같은 걸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면, 그 몬스터가 어떻게 공략해야될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최후의 몬스터가 아니라 "아 이런 식으로 공략하면 될 거 같은" 해볼 만한 상대가 되는 거거든요. 그런 일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해결했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말씀하신 <내가 할 수 있는 일> 과 <내가 할 수 없는 일> 로 쪼갠다는 게 전 마음에 들어요. 결국 해볼 만한 일로 치환하는 과정 같거든요!
그리고 어떤 일을 내가 할 만큼 했음을 인정하고 멈추고 다른 일로 넘어가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다 보면 수많은 일들이 데드라인과 함께 쌓여있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하고 나면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TODO 리스트가 남아있지 않으면) 넘어갈 수 있어서 여러 일을 매니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하고 싶은 일은 꼭 업무여야 하나요? 업무 중에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 하고 싶은 일이 꼭 업무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제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전에 모델링 팩하기"가 있었어요. 놀라운 건, 업무가 아닌 "하고 싶은 일 리스트" 만들기도 만족스러운 업무 생활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최근에 매번 늦게 일어나고 늦게 출근한다는 업무적인 고민이 있었어요. 늦게 출근을 하다 보니 하루에 일을 많이 못해 불만족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고 새벽부터 알람 맞추기, 창문 활짝 열고 자기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다 실패했었거든요. 그런데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 "모델링 팩하기"를 넣기만 했는데 바로 일찍 일어났던 거 있죠? 아침에 모델링 팩을 너무 하고 싶었던 나머지 알람이 울리자마자 눈이 활짝 떠졌어요. 빨리 모델링 팩을 뜯어서 해보고 싶은 거죠.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인 모델링 팩하기를 하려면 <하면 되는 일>인 일어나서 씻기를 해야 하는 거에요. 그냥 하면 되는 일이니까 눈뜨고 얼른 씻었어요. 그리고 모델링 팩을 했죠. 그러고 나니 오전 8시더라고요. (저에게는 이른 시간인) 오전 8시에 상쾌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어요. 기적 같은 일이었죠.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일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알고리즘> 에 넣어 투두리스트에 넣으면 업무적인 만족도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 와우, 모델링 팩의 나비효과였군요?! 이쯤 되면 모델링팩 홍보대사가 아니신지? 사실 저도 어제 밤에 일이 하기 싫어서 오전 7시에 알람을 맞췄어요. 보통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침대에서 허우적대면서 결국 평소와 다름없는 9시에 일을 시작한단 말이죠? 그런데 오늘따라 배가 고팠는지 아침에 그릭요거트가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릭 요거트를 먹고 폼롤러로 스트레칭도 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는데 아직 8시도 안되었다니! 오늘 하루는 뭘 해도 될 거 같은 거예요. 아침의 작은 성취가 하루를 대하는 저의 태도를 바꾸었어요. 이렇게 소소한 것도 하고 싶은 일에 넣어놔야겠어요. (저는 이렇게 그릭 요거트 홍보대사 길을..)
🧑🌾: 하루하루가 즐거웠어요. 내가 주도적인 삶을 산다는 점에서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해야 하는 일들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없었어요. 투두리스트란 단어 그대로 "할 일" 리스트를 만들다 보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먼저 적었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가장 기가 막힌 포인트는 1. 머릿속을 비우고 나에겐 아무런 일정도 할 일도 없다고 세뇌한다 부분인데요. 이 과정을 의식적으로 진행하면 내가 해야하는 일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할 수 있어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하고 싶은 일>과 <하면 되는 일> 리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뿌듯한데요. 마치 제가 인생의 주도권을 쥔 것 같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으로 느껴져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네 좋아요! 저는 “일이 너무 하기 싫어”는 많이 없었는데,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하면 되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좋았어요. 저는 계획없이 greedy algorithm으로 일을 해서 종종 해야 할 일들을 까먹곤 했거든요. 또, 일을 세부적으로 나눠 적으면 작은 단위의 성취감을 느끼기에 좋은 수단인 것 같아요. 매일 TODO 리스트를 메모지에 적고 하루가 끝나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도 좋아요! 해야 할 일을 해치운 기분!
🧑🌾: 메인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자질구레한 것들도 모두 투두리스트에 작성하는 거요! 자질구레한 잡일 (ex: 메일 답장하기, 연구실 위키 문서 작성하기) 들도 모두 <하면 되는 일>에 빠짐없이 적는 거죠. 비록 잡일이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끝내야 하는 일들이잖아요. 이전에는 잡일만 하는 날에는 하루끝에 불행했는데, 이렇게 바꾸고 나니 마음이 풍족하더라고요. 그 풍족한 마음을 다음 날 <하고 싶은 일>을 잘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어요!
🏄♀️: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거요! 저는 평소엔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누워서 유튜브만 보거든요? 생각해보면 더 하기 싫은 일을 피하고자 하는 도피성 행동이었어요. 해야 하는 일을 안 하더라도,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등 나를 챙기는 행동을 하면 "오늘 하루 뭐 했지" 하는 자괴감이 들진 않잖아요. 반면에 유튜브, 인스타 보기 처럼 딱히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면서 도움도 안되는 일을 하면 더 큰 현타와 자괴감이 오고요. 만약 제가 <차 마시면서 일기 쓰기> 를 하고 싶은 걸 알았더라면 쓸데없이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 낭비하지 않았겠죠? 아무래도 유튜브보는 것보다 저는 <차 마시면서 일기 쓰기>를 더 하고 싶으니까요. 다만 염두해보지 않아서 하지 않았던 거죠. 도피성 행동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해보면서 늘리는 것, 강추합니다!
🧑🌾: 같은 일을 하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불행하기도 즐겁기도 한 것 같아요. 참 묘하네요. 결국엔 심성이 올곧아야 하는 걸까요?ㅎㅎ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을 장착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 일하기 싫은 계절, 일 잘하는 방법에 이은 즐겁게 일하는 비법! 일이랑 저희는 언제쯤 친해질 수 있을까요? 이렇게 알고리즘을 돌려서라도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데 좀 다가와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