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개발자와 연구자의 자신의 떡 자랑하기, 그리고 남의 떡 부러워하기.
서로가 가지지 못한 개발자와 연구자의 길, 그리고 서로의 삶을 잘 알지 못한채 남의 떡만 탐냈던 지난 날들
서로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준비한 자신의 떡 (== 선택) 자랑시간! 🍡
자, 아직도 남의 떡이 더 커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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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정신없는 석사 1년차를 보내고 석2병을 앓고 있는 당고🍡입니다.
🍮: 안녕하세요!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한지 어느덧 일 년이 된 (떡 이모지를 못찾은) 푸딩 🍮 입니다.
🍮: 내 떡이 좋아서보다는 남의 떡이 더 싫어서랄까요..? 2달간 연구 인턴을 해본적이 있는데, 연구가 저랑 안맞았다고 느꼈어요. 그 짧은 기간동안 느낀 게 다는 아니겠지만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분야를 혼자 개척해나가야한다는 게 막막했고, 그 스트레스를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더라구요.
🍡: 저도 정확하게 🍮님의 말을 인용하여 "내 떡이 좋아서보다는 남의 떡이 더 싫어서" 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회사는 이미 있는 시스템을 문제없이 완벽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맞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저는 아니었지요 (웃음). 제가 그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었죠. 그 것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검증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꼈어요.
🍮: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돈💲을 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만한 맛있는 점이 또 없죠. 그리고 실제 사용자가 쓰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점도 좋아요. 제가 쓴 코드가 한 번 쓰이고 말 플젝이 아니라 세상에 돌아간다는 서비스라는 뿌듯함을 곁가지로 느낄 수 있답니다.
🍡: 세상에 없던 길을 새로 개척할 수 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내가 최초로 시도해보고 검증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인류의 최신 기술의 선두자가 될 수 있다! state-of-the-art 가 무엇인지 계속 쫓고 그 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연구자니까요.
🍮: 🍡님 state-of-the-art 가 뭔가요..?
🍡: 최첨단 기술이요. 좋은 한국어가 있는데 괜히 영어를 썼네요.. 영어 논문과 영어 용어를 계속 읽다 보니 요즘 한국어보다 영어가 먼저 생각나요. 이것이 연구자 병인가.
🍮: (주절거리는 것도 연구자 특징인가 🤔)
🍮: 남의 떡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요! 저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데, 남의 떡은 대체 불가능한 "특별한" 부품 같아요. 어렵긴 하지만 교직에 서는 등의 진로도 있으며, 위로 계속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부러워요. 저는 위로 가다보면 언젠가 학사라는 짧은 가방끈에 의해 멈춰지지 않을까요?
🍡: 남의 떡은 이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떡이라는 점. 코드 한 줄 한 줄이 실제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잖아요. 심지어 실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도 있구요. 그 점이 정말 부러워요. 제가 만든 연구 아이디어도 🍮님이 말씀하신 제 전문성이라는 것도 아직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거든요. 전문성이 있어도 그 전문성이 수요가 없다면 어쩌겠어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지금은 인기가 있더라도 졸업하고 나서도 인기가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 아직까지 남의 떡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내 떡을 고른 것에 대한 후회 또한 없습니다.
🍡: 이것 저것 넋두리를 늘어놓긴 했지만, 사실 아직까지 후회하는 점은 없어요.
🍮: 새로운 기술이 끊임 없이 나오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해야 도태되지 않아요. (이렇게 저는 도태되고..) 모르는 건 끝까지 파고들고, 본인 것으로 소화시킨 뒤 기록하는 습관이 이 떡을 드시고자 하는 신입분들께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이 많아서 본인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잘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매우매우 중요해요.
🍡: 재미있는 건 🍮님이 말씀해주신 것들이 연구자의 길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든 점. 추가하고 싶은 말은, 대학원에 있는 동안 자기 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연구실에 따라 다르지만) 학생 때와 달리 그리고 회사와 달리 정해진 세부 분기도 성과지표도 없어요. 본인이 분기별 목표와 성과 지표를 세우고 이뤄나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도 배우지도 못한 채 시간만 지날 수 있어요. 내가 필요하면 도움받을 수 있는 Advisor(교수님)과 석사 2년 / 박사 4+년이란 시간만 나에게 주어졌지, 그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성취하고 싶은지는 본인이 결정하고 이뤄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야기 하고 보니 이런 자기 관리는 꼭 연구자가 아닌 개발자에게도 필요한 덕목인 것 같아요.
🍮: 그러게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 한 게 왜 없죠..? (눈물 쓱)
🍮: 개발자보다는 "직장인"의 삶이 제 예상과 달랐어요. 학생 때는 일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 (개이득~)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이 되니까 일은 일이더라고요. 일이 그렇다고 막 엄청 재미없는 건 아닌데, 가끔 재미없는 노잼시기가 와요. 그럴땐 일 밖에서 재미를 찾아서 버티곤해요. 흠.. 일이 재밌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면 살만한 것 같아요. 너무 꿈과 희망이 없는 주절주절이었나요? 물론 코딩이 너무 재미있어서 스트레스 해소로 코딩하는 사람들은 논외입니다.
🍡: 부끄러운 말이지만, 저는 처음에 대학원에 온 이유가 힙한 것을 만들고 싶어서 였어요. 힙한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대학원에 왔어요. 하지만, 대학원에 오고 나니 아이디어는 쉽고 중요한 것은 실행과 뒷부분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학원은 아이디어의 실행과 아이디어의 논리적 검증 방법을 배우는 곳이었어요. 저에게 꼭 필요했던 부분을 배우는 곳이 맞긴 하지만, 제 상상과는 조금 다른 곳이었죠. (웃음)
🍮: 개발자는 워라밸 없고 밤샘하고 회사에 산다는 밈이 있는데, 회사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내 삶을 바쳐 회사를 성공시키겠어! 하시는 분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네요. 그치만 저처럼 충분히 워라밸 즐기면서 살 수도 있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일어나자마자 일할 수 있는 재택환경과 노트북만 있다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점이요!
🍡: 대학원생은 직업이 아니다! 대학원은 내 돈과 내 시간을 투자해서 내 공부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종종 "주말에도 출근하는데 돈을 그 정도 밖에 못받아?" 라는 말을 듣는데, 걱정은 고맙지만 저는 돈을 벌러 온 것이 아니라 제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더 공부하기 위해 온 것이라서요. 반대로 말하면 대학원에 왔는데 제 공부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한 노동 혹은 기타 일들에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하면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 물론! 본인 공부만 중요하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됩니다. 절대요.
🍮: 실제로 쓰이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하는 분들이요!
🍡: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중요한 문제를 정의하고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으신 분들.
🍮: 네! 그치만 1년이 지나고 또 다시 물어봐주세요. 그 때도 같은 대답을 할 지는 저도 궁금하네요.
🍡: 네 아직은 이 배움이 저에게 즐거운 것 같아요. 물론 더 이상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이 없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겠지만요.
🍮: 이미 개발자로 갈거라고 마음먹은 상태라면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석사의 장점은 언제든 내가 개발자를 관두고 연구자가 되고싶을 때 박사를 갈 수 있다는 점과 연구/박사과정이 맞나 안맞나 간잽이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논문을 보는 능력과 혼자 연구의 한 사이클을 진행한 경험은 두고두고 쓰이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사실 이런건 학부 때 찐한 연구인턴으로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님.
🍡: 연구 인턴으로도 연구 사이클은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학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그래도 석사를 진학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특히나 인턴으로서 다른 사람의 연구에 도움을 주는 것과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연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그 해결방안을 직접 탐색해보고 그 과정에서 다른 연구들을 주체적으로 공부해보고의 경험을 해보신 후 결정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남의 떡을 항상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야기 나누고 남의 떡만큼 내 떡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좋은 경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
🍡: 글을 쓰는 일이란 참 고된 일이네요 (웃음). 그래도 무언가 질문을 만들고 답해보면서 제 1년간의 경험이 차곡차곡 정리된 느낌이 들었어요. 또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은 묘한 기대감이 설레게 만드네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