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은 계절에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
여러분은 일하기 싫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는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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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2년차 개발자 낙엽이에요. 가을이 짧아서 슬픈 마음을 담아 골라보았어요. 내 가을 돌려줘...
🐿: 안녕하세요! 저는 석사 2년차 대학원생 다람쥐에요.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처럼 일 하기 위한 기를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 : 요즘 일이 손에 너무 안잡혀요. 9월 논문 제출을 향해 열심히 달리다가 번아웃을 겪고 10월 부터는 정신을 차려야지! 했지만 아직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9월엔 추석이, 10월에 월요일 휴일이 두 번이나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일 모드가 아닌 쉬는 모드로 몸이 전환되었나봐요 (핑계). 열심히 놀았으니 힘내서 일 할 수 있겠다! 했는데, 현실은 이불 속 온수 매트 위 네요. 이불 너무 좋아 🧡
🍂: 저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어요. 아, 일하기 싫다. 충분히 쉬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정상아닌가요? (물론 저는 비정상) 할 게 많지만 너무 하기가 싫어요 😠
🐿: 솔직히 10월 중순까지는 열심히 못했어요. 그러다가 11월까지 마감인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하필 연구실 세미나 발표도, 프로젝트 중간 통합 미팅도, 교수님 미팅도 다 같은 날에 잡혀있는 거예요. 아, 망했구나.. 하며 다시 열심히 달리게 되었습니다. 역시 게으름에는 데드라인이 약이죠.
🍂: 여기서 안했다고 하면 회사에 신고하시는 거 아니죠? 하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저는 미리미리 하지 않고 몰아서 하는 성격이에요. 지난 주까지 준비해야할 게 있어서 달렸는데, 글쎄 듀가 미뤄지지 뭐에요? 미뤄지니까 또 하기 싫은 거 있죠. 휴, 전 왜 이렇게 게을러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걸까요?
🐿 : 데드라인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항상 데드라인이 있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저와의 데드라인을 만드려고 노력해요. 문제는, 저 혼자 만든 약속은 잘 안지키게 되더라고요. 그게 싫어 한 번은 교수님에게 화요일까지 하겠습니다 라고 약속을 해본 적이 있어요. 교수님과의 약속은 지킬까 해서요. 저를 채찍질하려고 수요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을 화요일까지 하겠다고 말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죠. 그냥 교수님과의 신뢰만 저버릴 뿐이었어요🥲 (자신과의 데드라인은 빡세게 잡더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실패하지 않는 데드라인을 말해야 합니다.)
🍂: 저도 동감! (저포함) 해야할 일을 미루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효율적인거라고 포장하지만, 미루다가 큰일 날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잖아요, 우리? 😒 n일 걸릴 거라고 예상해서 듀 n일 전에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아서 밤을 새거나 데드라인을 못지킬뻔한 적도 있어요.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서로간의 신뢰인데, 약속한 데드라인을 못 지키는 건 본인의 평판을 바닥으로 보내는 지름길이더라고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께 민폐이기도 하고요. 하기 싫어도 한 번씩 훑어보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위급한 상황인지 깨닫는 것도 좋은 게으름 퇴치방법이지 않을까요? 하하.. 그때그때 미루지 않고 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달 목표가 독서였는데, 실천하기가 영 어렵더라고요. 책을 읽으려면 침대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가서, 책을 고르고, 책을 펼쳐야 하는데 그 장벽이 제겐 너무 높았던 거죠. 그래서 책을 머리맡에 두었는데, 신기하게도 자기 전에 한두 페이지씩 읽게 되었어요. 이처럼 해야할 걸 눈에 계속 밟히게 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 : 오 맞아요! 진입장벽을 낮추는게 정말 중요하죠. 일의 경우엔 다음에 할 일을 글로 잘 정리해서 TODO 리스트에 넣어두면 좋아요. 어떤 일을 할 지 고민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내가 미리 정리를 해두는거죠. 요즘 계속 시도해보는 방법 중 하나에요.
🍂: 성공하시면 알려주세요! 저도 시도해볼래요.
🐿 : 단순히 게으름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바뀌지 않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무기력증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최근에는 하루 종일 무기력해서 밥을 챙겨먹기도, 심지어는 퇴근하기 위해 연구실을 나서는 것 조차도 힘들었어요. 심지어는 게임하기도 싫었으니.. 참 어려운 상태죠.
🍂: 게으름과 무기력은 아무것도 안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나, 묘하게 다르네요. 게으름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하기 싫은 (해야 하는) 일을 미루는 거고, 무기력은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인거죠. 마치, 더 이상 쓸 연료가 없는 것처럼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있고만 싶고, 그냥 만사가 다 귀찮다.' 이게 저희가 겪고 있는 무기력증이라고 봐요.
🍂: 아무것도 하기싫어도 조금이라도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말인 것처럼 들려도, 작은 성과가 보이면 양성피드백으로 더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막상 시작해보면 별 거 아닐 때도 있고요. 좋아하는 일부터 조금씩, 하기 싫은 일까지 해나가는 거죠. '시작이 반' 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라니까요.
🐿 : 정말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혹은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개기? 친구가 미국 해군 장군의 강의를 추천해주었는데, 매일 아침에 이불을 개면 하루를 작은 뿌듯함으로 시작할 수 있대요. 그 뿌듯함이 다음의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고 해요. 무기력증은 결국 그 무엇도 시작하기가 싫은 건데, 처음이 어렵지 하나를 해내고 나면 다음은 별거 아니거든요. 꼭 이불을 개는 것이 아니더라도, 본인만의 작고 사소하지만 성취를 줄 수 있는 무언가로 하루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 하하, 저도 일어나서 이불을 개는데 아침이 아니라서 용기가 부족한 걸까요? 🥲가 - 끔 일찍 일어나는 날에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방 청소하면 별 거 아니지만 뿌듯하긴 하더라고요. 단점은 쉽게 피곤해진다는 점? 역시 체력이 받쳐 줘야하나봐요.
🍂: 위에서 말한 무기력증 해소방법에서 유의해야할 점이 하나 있어요. "뭐라도 해야해!" 하고 스스로를 과하게 다루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제 경험담입니다. (웃음) 저는 뭘 하지도 않았는데 왜 아무것도 하기 싫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것도 없는데 쉬면 안될 것 같아 스스로를 닥달하니 오히려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꼭 뭘 해야만 쉴 자격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푹 쉬어야 낫는 감기일 수도 있어요. 휴식이 필요할 때 휴식을 취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 : 맞아요. 사실 저는 10월 중순까지 왜 이렇게 난 게으를까 하며 채찍질을 했었어요. 시간 단위로 목표를 세워 본다던지 그런 것들 있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시도해봤자 나아지지 않는거에요. 그러던 어느 날, 즐겨보는 웹툰에서 우울증이 생겨 하루 종일 티비 앞에서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캐릭터들이 나왔어요. 보자 마자, 어? 저거 완전 난데? 싶었죠. 그 때 깨달았어요. 아 내가 지금 그냥 게으른 게 아니라 우울증을 겪고 있구나, 나에게 필요한 건 채찍질이 아니라 우울증을 치료하는 거구나. 그 후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휴식을 취했더니 오히려 일이 더 잘 되더라고요.
🐿: 저는 우울증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몸이 건강하지 않을 때 마음도 같이 따라가요. 그래서 우울감이 들 때, 가장 먼저 몸 건강 체크리스트를 체크해요. 1) 잠을 충분히 잤는가? 2) 맛있는 밥을 제시간에 먹었는가? 3) 아픈 곳은 없는가? 4) 오늘 햇빛을 쬐며 걸어다녔는가? 저는 보통 1) 번이 문제가 되더라고요. 근데, 1) 번을 고치기가 굉장히 어려운게, 보통 우울하면 밤에 잠이 잘 안와요. 그 악순환을 깨는 게 정말 어려워요. 요즘 찾은 한 가지 해결 방법은 저녁에 운동을 하는 거예요. 운동을 하면 몸이 피곤해서 잠에 들더라구요ㅎㅎ 안대&귀마개나 나른해지는 아로마 오일 혹은 명상 음악도 좋아요. 그것도 쉽지 않다면 병원에서 멜라토닌 등의 수면 유도제 등을 처방 받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죠?
🍂: 저 같은 경우에는 재택이 길어져 한 곳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우울감을 느꼈어요. 쉬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분리가 되지 않다보니 일 하는 도중에도 쉬고 싶고, 쉬는 도중에도 일 생각이 나서 제대로 쉬지 못하겠더라고요. 스트레스만 쌓여갔죠. 그래서 좁은 공간이지만 최대한 영역을 분리하고자 했어요. 쉬는 공간에는 업무 관련된 건 얼씬도 못하게요! 👿
또, 🐿 님 말씀처럼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운동도 했어요. 몸이 움직여야 우울이 덜 쌓이더라고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거죠.
🍂: 다른 사람들을 보며 나는 왜 이럴까 하며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속력은 다르니까요. 인생은 단거리 레이스가 아니라 마라톤이잖아요? 각자의 속력에 맞게 가면 되는 거죠. 또, 사람들은 몸 건강만 중시하는데, 몸 건강만큼 정신 건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몸도 마음도 잘 돌보자구요!
🐿: 게으름, 무기력증, 우울증, 모두 비슷한 말 같지만 원인도 해결책도 제각각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게으름에는 채찍질이, 무기력증엔 작은 성취가, 우울증에는 나를 돌보는 것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반대로 게으름과 무기력증엔 휴식이 독이 되고, 우울증에는 채찍질이 독이 되구요.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올바른 처방전을 주는 것이 필요해요. 하나뿐인 자신을 사랑하고 잘 돌봐줍시다!
🍂: 이번 글은 다소 다른 주제라 어떻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꾸밈없는 글을 담고 싶어서 제가 한 달간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았답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여러분은 본인을 돌볼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나요?
🐿: 최근 연구실 선배가 석사 기간동안 배워야 하는 네 가지를 공유해줬어요.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본인을 잘 다루는 법입니다. 정말 공감했어요. 아무리 좋은 연구 주제와 교수님 그리고 연구실 동료가 있더라도 제 자신을 잘 다루지 못하면 일이 잘 안되더라고요. 제 몸과 20년을 넘게 살았지만, 아직도 저에겐 제가 늘 새롭고 다루기 어렵네요. 여러분들도 본인만의 방법을 잘 찾았길, 좋은 방법이 있으면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