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탈출기
현대인의 질병, 도파민 중독.
혹시 도파민에 절여져 계시진 않으신가요?
느림보의 도파민 중독 탈출시도부터 후기까지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도파민_중독 #유튜브_중독 #도파민_탈출기
(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연구자 🥁]: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더라고요. 어제 패딩을 개시했어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개발자 🛌]: 패딩을 벌써요?! 하긴 날이 꽤 추워졌죠. 저도 전기장판을 개시했답니다! 전기장판을 깐 이상 이제 침대 밖을 나갈 수 없어요. 그래서 요즘 최고 명문대로 뽑히는 "침대"를 이모지로 골라보았어요.
[연구자 🥁]: 저는 요즘 저녁이 있는 삶을 시작해 보고 있어요. 밤이 되기 전 저녁에 퇴근해서 그때부터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거예요. 그 시작으로 드럼 레슨을 등록해서 배우고 있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모지는 드럼을 선택했어요. 오늘의 느림보 글과 관련이 있어 차차 글에서 소개해 드리도록 할게요.
[개발자 🛌]: 엇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저도 연구자 🥁님처럼 살 수 있을까요? 오늘 이야기 궁금하네요!
[개발자 🛌]: 최근에 정신과 의사인 분이 오셔서 강연을 해주셨는데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세 가지 중요한 시간이 있대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을 해야 하는 시간, 이건 우리로 치면 일하거나 연구하는 시간이겠죠? 두 번째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는 시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는 취미 같은 거인 거죠! 마지막으로는 멍때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대요. 뇌도 충분히 쉬어야지 기존의 정보를 서로 연결 지으면서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하더라고요.
[연구자 🥁]: 와 정말 공감가요. 저도 무의식적으로 그 세 가지 시간이 각각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고, 최근에는 연구 말고 다른 하고 싶은 취미에 집중하는 즐기는 시간을 정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각각을 위한 시간을 배정할 당시 매번 '연구 진도도 원하는 만큼 잘 안 나가는데 시간을 빼도 되나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세 가지 다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하니 좀 더 마음을 놔도 괜찮겠네요.
[개발자 🛌]: 아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몸은 느끼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쓸데없는 시간이라 생각했던 거 같아요. 비율로 따지자면 일하는 시간: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는 시간: 멍때리는 시간: 유튜브보면서 낭비하는 시간이 0.3: 0.15: 0.05: 0.5 정도...?
[연구자 🥁]: 저도 유튜브 보면서 낭비하는 시간이 하루에 5시간은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멍때리는 시간은.. 잠들기 전 15분 밖에 없어요. 이러니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요.
[연구자 🥁]: 저는 늘 달고 살았던 말이 '내 논문이 하나 생기고 나면 취미를 시작해야지' 였어요. 다들 첫 논문이 중요하다고 하고 저 역시도 그 말에 공감해서 첫 논문을 완성할 때까지는 논문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이었죠. 뭐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다만 그 당시엔 첫 논문이 제 뜻대로 단기간에 완성되기가 어렵다는 걸 간과했었죠. 시간은 흘렀고 논문은 계속 나오지 않았어요. 점점 집중력이 떨어졌고 논문도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닌 유튜브 보기 등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되더라고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건 좋지 않다 싶어서 '유튜브를 볼 바에 내가 하고 싶은 취미를 하나 가져보자'라는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이제 하나씩 취미를 늘려가는 중입니다!
[개발자 🛌]: 저도 해야 할 것을 다 끝내야만 누릴 수 있는 사치라고 생각해서 쉽사리 용기 내지 못했던 거 같아요. 사실 다 핑곗거리인 걸 알잖아요. 일과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오히려 몰입하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있어야 삶이 윤택해지는 것 같아요. 걱정이나 고민에 잠겼을 때 몰입하는 시간이 고민을 끊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저에게는 배드민턴 치는 시간이 몰입하는 시간이에요. 배드민턴 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
[개발자 🛌]: 저는 사람들이 보통 퇴근하고 뭐하냐 물으면 "아무것도 안 한다"라고 대답해 놓고 사실은 유튜브 보면서 누워있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 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면서 멍때리거나,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들을 할 때를 말하는 거더라고요. 예를 들어 샤워나 출퇴근하는 시간처럼요.
저도 예전에 샤워할 때는 멍때리면서 오늘 뭘 할지 생각을 정리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샤워하면서까지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더니 뇌를 빼고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이 멍때리는 시간이 하루를 시작하기 앞선 준비 과정으로 필요한 거 같아서 앞으로는 합법적으로 멍 좀 때리게요!
[연구자 🥁]: 와 샤워하는 시간까지 유튜브 보는 거 바로 저예요. 심지어 요즘에는 걸어서 출근하는 동안에도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어요. 어쩐지 쉬는데도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쓸데없는 영상 보는 데 뇌를 쓰고 있었군요! 멍때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네요. [개발자 🛌]님께서 유튜브를 보는 대신 음악을 틀어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해보고 있는 데 꽤나 효과적이더라고요. 물론 음악을 듣는 행위도 뇌를 쓰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유튜브보다는 낫잖아요!
[연구자 🥁]: 뭐 해야 할 것을 해야 하는 시간에 어떻게 집중하냐는 느림보에서 늘 다뤄왔던 주제였죠. 일을 시작하는 진입장벽을 낮춰라, 시간 가계부를 작성해라, 등등 다양하게 이야기 나눠왔었어요.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해야 할 것을 해내기가 너무 어렵다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는 시간이나 멍 때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아요. 행복지수가 너무 낮을 때에도 해야 할 것이 잘 안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럴 땐 좀 더 마음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한숨 돌리고 다시 시작하면 재미있게 다시 해볼 수 있는 거 같아요.
[개발자 🛌]: 맞아요! 어느 날은 배드민턴 안 가고 야근해야지! 했는데 오히려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시험 기간에 '밤새우면 되지 뭐'라는 마인드를 장착하는 순간 마음이 해이해지는 것처럼요. 이럴 거면 그냥 배드민턴 치러갈 걸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생각해 보면 몰입하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않아서였어요. 해야 할 것을 하는 시간으로만 채우면 번아웃도 쉽게 온다고 해요. 역시 세 시간을 고루 밸런스 있게 보내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저희 건강하게 오래오래(?) 일해야죠!
[개발자 🛌]: 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유흥이 유튜브 보기잖아요? 그래서 저는 엄청나게 봐요. 처음에는 도파민에 중독된 제가 싫어서 스크린 락도 걸었었는데, 스크린 락을 아무 죄책감 없이 해제하는 스스로가 더 싫어져서 스크린 락을 아예 없애버렸어요. '유튜브 보는 게 내 취미야! 난 밈 박사과정 중이야!'하고 정신 승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니까요? 근데 사실은 저도... 건설적이고 멋진 시간을 싶어요 😭
[연구자 🥁]: 저도요! 하루를 유튜브로 채우면 하루의 끝에서 기억나는 게 없더라고요. 즐거웠던 기억도 일했던 기억도 휴식했던 기억도 없어 하루가 무미건조해요. 이제는 그런 삶에서 벗어나서 일도 취미도 휴식도 알차게 즐기고 싶습니다!
[연구자 🥁]: 최근 '저녁이 있는 삶'을 시작했어요! 제가 매주 화목 저녁 8시 반에는 PT가 있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연구실 세미나가 있거든요. 이것을 핑계 삼아 매일 저녁 7시 이후를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능동적으로 채우는 시간'으로 정했어요. 취미를 즐겨도 좋고 일을 해도 좋아요. 다만, 이 시간만큼은 단순히 해야 하므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할 게 없어서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취미를 찾아서 즐기는 시간이에요.
[개발자 🛌]: 와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저는 쇼츠 안 보기를 도전하고 있어요. 유튜브 안보기를 도전하기에는 바로 포기해 버릴 거 같아서요. 사람의 뇌는 종종 까먹고 쇼츠에 들어가긴 하는데, "어랏 나 쇼츠 보고 있네?"를 인지하면 바로 꺼요!
[연구자 🥁]: '저녁이 있는 삶'의 첫번째 저녁은 정말 심심했어요. 유튜브를 안 보고 저녁 7시부터 시간을 보내려니 할게 정말 없는 거예요. 칵테일 바에서 간단한 저녁과 칵테일을 마셔도 저녁 8시, 길거리를 산책해도 저녁 9시더라고요. 9시 이후에는 정말 할 게 없어서 집에 들어왔어요. 집에 들어오니 더 할 게 없더라고요. 나름 첫 번째 저녁인데 일로 채우긴 싫어서 어떻게든 일이 아닌 심심풀이 거리를 찾아봤는데 너무너무 없어서 방 청소를 했습니다. 방 청소를 해도 저녁 10시밖에 안 되어서 그때부터는 침대에 누워서 친구와 통화를 하다 저녁 11시에 잠들었습니다.
제가 정말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저녁형 인간이었는데, 다음 날 아침 7시에 눈이 떠지더라고요. 전날 저녁 9시부터 계속 머리를 쉬어서 그랬던 게 아닐지 싶어요. 아침 식사와 커피를 좀 즐기다 8시에 출근했습니다. 저녁을 즐긴 지 벌써 2주가 넘었는데, 이제는 정말 알람 없이도 7시가 되면 눈이 떠져요. 그리고 저녁 10시가 되면 졸립니다. 제일 좋은 변화가 아침형 인간으로 바뀐 거예요. 오전 일찍 일어나니 별거를 안 해도 하루가 뿌듯하더라고요. 그리고 매일 저녁이 기다려진다는 것? 이전에는 하루하루가 쳇바퀴같았는데, 요즘은 매일이 새롭고 너무 기대돼요. 오늘 저녁엔 어떤 재미있는 걸 해볼까? 하며 두근두근합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드럼 레슨을 받아보고 있어요! 아직 정말 초보지만 재미있더라고요ㅎㅎ 연구가 아닌 취미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 같기도 해요.
[개발자 🛌]: 진짜 너무 대단하세요! 저도 [연구자 🥁]님을 본받아서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를 [저만을 위한 시간]으로 잡아두었는데, 큰 변화는 없지만 시간에 대한 주도권이 생긴 거 같아서 좋았어요. 선물 뭐 받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이 시간엔 뭐로 채우지~?'하고 고민하는 재미도 있고요. 쇼츠 대신 장편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동숲을 하기도 했어요. 이번 달엔 유달리 약속이 많았는데, 이것도 몰입하는 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하려고요. ㅎㅎ 어찌 되었든 도파민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연구자 🥁]: 저희가 느림보 글을 쓰면서 시간 가계부도 작성해 보고 습관 만들기도 해보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 보았는데, 이번에 시도한 '저녁이 있는 삶'이 제일 효과적입니다! 정말 추천해요. 좀 더 오랜 시간 진행해 보고 후기 가져올게요ㅎㅎ
[개발자 🛌]: 벌써 20번째라니 🎉🎉 저도 [연구자🥁] 님의 저녁있는 삶을 본받아서 집에서 할 것들을 찾아볼래요. 공원 산책부터 시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