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의 느림보를 회고합니다
어느덧 한 해도 끝이 났네요.
지난 20대를 돌아보면서, 남은 20대는 더 알차게 살아보려고요!
Adio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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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정신없이 토끼를 쫓아 토끼굴에 빠지고만 석사 2년 차 대학원생이에요. 일단 기회가 생기면 무엇이든 쫓아갔던 제 지난 20대가 떠오르네요.
👠: 안녕하세요, 한국인이라면 길을 잃었을 때 흥얼거리는 '길을 잃었다~ (빰빰빰 빠바밤) 어딜 가야 할까 ' 의 분홍신으로 돌아온 2년 차 개발자입니다. 제 지난 20대는 길을 잃고 헤매었었어서 골랐어요.
🕳: 막막한 기분이 들어요. 올해는 유난히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코로나의 영향으로 집-연구실만 반복해서 그런 걸까요? 보통 한 해가 끝나면, 아 올해는 ~를 이뤘고, 내년에는 ~게 살아야지! 라는 정리가 되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네요. 이렇게 나이만 먹어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돼요.
👠: 뭐 했다고 벌써 일 년이 지난 건지...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싱숭생숭하네요. 저는 나이를 잘 먹어 그 나이에 맞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렇게 허투루 나이를 먹다가는 채워진 거 하나 없을까 봐 겁이 나요.
🕳: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충분히 즐기는 것? 중학생 때에는 자유롭게 뛰어놀고, 고등학생 때에는 시험 준비를 후회 없이 해보고, 대학생 때에는 친구들과 밤새 해커톤이나 공연 준비를 하는 것들이요. 생각해 보니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고, 무엇이든 후회 없이 충분히 해보는 게 중요하네요.
👠: 저도 🕳님과 비슷한 생각이에요. 일 년간의 경험을 통해 작년의 나보다 더 나아지는 거죠. 꼭 기술적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어도 괜찮아요.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는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는지, 이런 것들도 좋고요. 일 년 치니만큼 더 괜찮은 스스로가 되었는지가 중요한 거죠.
🕳: 네, 나름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 싶네요. 적어도 제 일에 대해서는요. 그런데, 친구나 가족 관계에서는 잘 해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던 거 같긴한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님, 저희 한 번 20대 초반을 돌아보는 거 어때요?
🕳: 좋아요! 다방면에서 돌아봐요!
🕳: 방황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잘 극복해낸 것 같아요. 대학 입학 직후 갑자기 저에게 공부를 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지가 주어졌었죠. 정확히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졌어요. 고등학생 때에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과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대학에 오니 성적을 잘 받는 것이 왜, 어떻게 좋은지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대학에서는 오히려 다양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고, 그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웃긴 건, 대체로 그 친구들은 공부도 열심히 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저학년 때엔 학업엔 소홀하고 다양한 활동만 열심히 했었죠..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진 않아요. 여전히 성적을 잘 받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진 않거든요. 다만, 좋은 교육 시스템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건 아쉬워요.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자, 아는 만큼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하면서 선형대수학과 미적분학을 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결국 대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을 다시 복습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는데, 그 당시에 좋은 교수님, 좋은 자료, 충분한 시간이 있을 때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긴 하죠. 그래도 나만의 목표를 찾고,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한 것은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 부끄럽게도 제일 소홀했던 부분이에요. 고등학생 때는 '대학을 가야지!' 라는 목표가 있었는데, 저도 막상 대학에 오고 나니 공부에 대한 목표가 없었어요. 하라고 억지로 시키는 사람도 없었고요. 다른 친구들에게는 좋은 평점이 목표였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었거든요. 방황하면서 시간만 허투루 보냈죠.
그러다가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나니, 학교만큼 양질의 공부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려면 구글링한 자료를 필터링하고, 스스로 자료를 정리한 뒤, 어떤 것들을 활용해서 공부해야할지 정하는 것까지 제가 해야 하잖아요. 학교는 박사까지 하신 최고의 교수님들이, 정리된 수업자료를 바탕으로 설명도 해주시고 잘 만들어진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울 수 있잖아요. 너무 늦게 깨달아 아쉬운 마음에 뒤늦게 학교를 열심히 다녔어요. 🕳 님은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달라졌을 거 같나요?
🕳: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1년을 다닌 후 갭 이어를 다녀왔을 것 같아요. 어차피 학교를 다닌다고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을 거, 경험이나 충분히 쌓고 오는 거죠! 연합 동아리 같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해커톤도 많이 나가볼 것 같아요. 그 후, 학교에 돌아와서는 학과 세미나도 다양하게 들어보고, 교수님들께 면담도 신청해 봤을 것 같아요. 👠 님은요?
👠: 저는 전과할 거라고 외치고 다녔거든요? (ㅎㅎ..결국 안 했지만요..) 최선을 다하지도 않은 채, 이 분야가 저랑 맞지 않다고 판단 내렸어요. 삐뚠 시선으로 바라보니 재미있는 공부도 재미없게 느껴질 수밖에요. 그래서 돌아간다면 안 맞는다고 생각하기 전에 열심히 해볼래요! 또, 이 공부가 왜 필요한 건지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님 말씀처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 빨리 알았으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탐색하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워요. 계속해서 일을 벌이고 일에 떠밀려 살았던 것 같아요. 그 외의 시간에는 친구들과 음주 가무를 즐기느라 바빴고요ㅎㅎ 과장을 조금 보태서, 근 몇 년 간은 일을 하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계속해서 성취해 나가는 것이 재밌었죠. 그런데, 일이 제 전부가 되니 일 하나가 잘 안되면 제 전부가 무너지더라고요. 그런데, 일은 때에 따라 잘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특히 연구는요. 일이 아무리 좋더라도, 일 외에 다른 취미가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특히나, 그것이 혼자서도 즐길 수 있다면 최고죠! (친구와 함께하는 취미는 친구가 없으면 못하잖아요.🥲) 그래서 전 이번에 빔 프로젝터, 실내 사이클을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돈이 최고야 짜릿해💸
👠: 저는 학업보다 여가 활동을 더 열심히 했어요. 대학생이 되었으니, 대학생 신분으로 경험하고 누릴 건 다 해보자! 였죠. 나이를 더 먹는다고 못하는 건 아니지만, 똑같은 경험을 해도 나이마다 느끼는 게 다르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어릴수록 체력도 좋고요.) 동아리도 여러 개하고, 해외 봉사/인턴, 교환학생까지.. 뭘 해야 할 지 몰라서 뭐든 열심히 하려고만 했었어요. 지금의 진로와 상관없는 경험도 있었지만, 어른들 말씀처럼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지금의 제가 되었어요. 필요 없는 경험이란 없더라고요. 비록 학교는 더 오래 다니고 (공부에 조금 소홀했지만), 후회는 없어요!
🕳: 제 곁에 남아준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싶어요. 사실 전 벌려놓은 일들에 치여 친구 관계를 잘 챙기지 못했거든요. 최근 느꼈는데, 힘들 때 가장 많은 힘이 되어주는 것도 친구, 가장 즐거운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도 친구더라고요. 힘들 때에는 자꾸 혼자 동굴 속으로 숨어버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누면 금방 씻은 듯이 낫더라고요. 친구의 힘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ㅎㅎ 그래서 내년 목표는 보다 좋은 친구가 되는 거예요. 내년에도 함께 웃고 떠들고 우울해하고 성장해나가자!
👠: 위에서 말한 여가활동을 후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친구예요. 지금 만나는 친구들의 대부분을 이때 만났거든요. 20대 초반에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롭게 사람을 만났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줄더니 결국 만나는 사람들만 남아서 수렴했어요. 학창 시절에는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더라고요. 안 맞으면 뭐, 안 보면 되죠! 저랑 맞는 사람들 챙기기도 바쁜 세상이라는 걸 알아버렸어요. 옛날에는 굳이 시간을 내지 않아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내서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꼈거든요. 서툰데도 계속 저와 친구해 줘서 고마워요, 다들!
🕳: 이제 좀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누가 좋은 사람인지보다는 누가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나는 사람을 볼 때 어떤 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연애를 통해 인간관계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어요. 소중한 사람에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관계가 끝날 때엔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죠.
👠: 어려운 주제군요...어른들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만 그랬나요? 😅) 그래야 자신과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가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요.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싶네요..ㅎ 덕분에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거 같아요. (훈훈한 마무리)
🕳: 가족에게 정말 소홀했어요. 친구도 그렇지만, 가족이야말로 정말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 아닐까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잖아요. 그런데, 몸이 떨어지다 보니 점점 연락이 줄고.. 그렇더라고요.. 매번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도 띄엄띄엄하는데, 사실 시간은 없는 게 아니라 내지않는 거잖아요. (급 반성 모드) 제가 더 잘할게요🙏
👠: 정말 못 챙겼어요. 여기 있는 것 중 최하위가 아닐까요? 떨어져 사는 데 익숙하다 보니 무소식이 희소식인 양 살고 있어요. 친구들에게 하는 것만큼만 가족에게 하면 참 좋을 텐데요... 가장 오랫동안 함께 한 존재이자, 무조건 적인 제 편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소홀하게 대한 것 같아 반성하게 되네요. 😓 생각 난 김에 전화나 하러 가야겠어요!
🕳: 아이유의 팔레트 가사를 인용해서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장 잘 한 일은 주관을 만든 것입니다. 20살 때에는 뭐 먹을래? 뭐할래? 라는 질문이 오면 항상 몰라, 아무거나 라고 대답했었어요. 내가 없는거죠. 모든 것들에 대해 내 의견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의견은 있으되, 다른 사람들과 타협하면 되잖아요? 이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지, 언제 즐거워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이 정보들을 갖고 내년엔 나를 더 잘 챙길 수 있으면 좋겠네요.
👠: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도기였어요. 그래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스스로를 돌볼 줄도 몰랐죠. 건강? 최악이었죠. 몸을 막 다루어도 계속 건강할 줄만 알았어요. 지금은 1일 4커피, 밤새서 과제하기 하라고 해도 못해요. 정신적으로는 우울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저는 왜 우울하냐며 오히려 스스로를 채찍질했어요. 스트레스 클리닉 같은 더 좋은 방법도 있었 을텐데요. 이런 과도기를 거쳐 지금은 꽤 괜찮아졌어요. 🕳님처럼 뭘 좋아하는 지도 점점 더 알아가고 있고요. 밥 먹고 바로 눕지 않기, 빈속에 커피 마시지 않기, 우울할 땐 스스로 정한 돌보기 루틴 하기 이런 사소한 것부터 절 돌보려고요!
👠: 지난 20대에 이루지 못했던 걸 더 챙기면서 살고 싶어요. 첫 번째로는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면서 노력하고 싶고요. 건강도 챙기지 못한 것 같아서, 운동 좀 하라는 몸의 말을 들어야겠어요. 운동은 살기 위해 필수라는 게 와닿아요. 또 전과한다고 말하면서 공부에 소홀한 저를 반성하면서, 개발자로서도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그래야 미래에 제가 다른 일을 하더라도 미련이 안 남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지난 20대에는 공부할 이유나 목표가 없어서 방황했었는데요, 남은 20대는 목표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목표는 느림보와 함께 차츰차츰 정해보려고요. 목표 중 하나는 꾸준히 느림보 글을 쓰는 거예요! 저는 느림보 🕳님과 꾸준히 할 건데, 🕳님도 같이 하실래요? (답정너)
🕳: 느림보 좋죠~ 친구들을 만나면 느림보 자랑을 많이해요ㅎㅎ 막연한 감정과 생각도 글로 정리하다 보면 하나씩 명확해지는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불만족스러운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 깨달아요. 혼자서도 생각 정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저 같이 생각정리도 귀찮아하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함께해 주는 친구가 있는 게 도움이 되더군요. 감사합니다 👠님.
나이를 잘 먹고 싶어요. 후회 없이 충분히 해보는 거죠. 그러기 위해 손에 잡히는 목표를 찾고 싶습니다. 손에 잡히는 목표가 없으니 계속 방황하게 되더라고요. 9월 느림보에서 제가 OKR (Objectives and Key Results) 이라는 것을 잠깐 이야기했었는데, 제 남은 20대의 OKR을 세우는 것이 1차 목표예요. 아마 그 목표 중 하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 자신을 잘 챙기는 게 되겠네요. 신체도 정신도 건강한 사람이 되길!
👠: 이번 글은 가장 연구자와 개발자 차이가 없었던 글이네요. 아무래도 🕳님과 같은 20대를 공유해서 그런가 봐요. 글로 정리하고 나니, 남은 20대 열심히 살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이것이 새해 버프?) 올 한 해도 모두 수고했어요. 다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길!
🕳: 그러게요. 롤러코스터 같았던 20대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여러분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5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요? 다들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새해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