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들의 2022년 회고
2022년 한 해, 느림보는 어떤 걸 느끼고 깨달았을까요?
올해에 겪은 즐거움과 아쉬움, 모두 회고에 담아 보았습니다.
올 한 해도 다들 수고 많았어요 :)
#2022년회고 #올해회고 #안녕2022 #내년목표
(본 글은 특정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며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요즘 뜨개질에 재미를 붙인 연구자입니다! 연말이 되니 따뜻한 목도리를 하나 뜨고 싶더라고요ㅎㅎ 뜨개질이 참 신기한 게, '언제 다하지' 하며 하나하나 세면서 하면 정말 느린데, 급한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천천히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예쁜 목도리가 완성되어 있어요. 내년에는 아등바등하지 않고 천천히 즐기면서 살아보자는 마음을 담아 실타래를 골랐습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개발자입니다. 유독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네요. 어릴 땐 좋았던 눈이 지긋지긋해진 스스로에게 동심을 되찾고자 눈사람 (요즘은 눈 오리죠 🐥) 을 골라보았어요. 출퇴근길에만 안 오면 좋겠어요 제발!
☃️: 마지막 달이라도 잘 지내보자! 마인드로 지내고 있어요. 사람들은 새해부터 무언가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하잖아요. 저는 내년의 목표를 맛보기를 지금 하고 있어요. 12월에는 하다가 그만둬도 내년의 체험판이니, 힘들면 그만두어도 괜찮은 기분이에요.
🧶: 오 정말 공감합니다! 저 역시도 내년을 미리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12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열심히 해야지! 그러기 위해서 12월부터 한 번 맛보기로 열심히 해볼까? 하는 마음이요. 내년을 위한 예열 과정이라고나 할까요?
☃️: 그러니까요! 저는 정각에 해야 하는 고집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9시부터 공부해야지'처럼요.) 이렇게 되면 정각 전의 시간은 날리는 거잖아요. 새해 전에도 12월이라는 1/12에 해당하는 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을 낭비하긴 싫더라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에게 '새해부터 무엇을 하겠어! ' 는 지금의 게으름을 정당화하며 미래의 스스로에게 맡기는 마음이거든요.
🧶: 아 저도 비슷한 고집이 있었어요! 금요일만 되면 월요일부터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즐겁게 퇴근을 하곤 했었는데요ㅎㅎ 이게 막상 월요일이 되면 출근하기도 싫고 일이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일요일에 출근을 하는 거였어요. 꼭 출근을 해서 일을 할 필요는 없고, 알차게 보낼 필요도 없어요. 늦은 오후에 느지막하게 출근해서 책상 좀 정리하고, 그 주의 일정만 보고 돌아와도 괜찮아요. 그냥 그런 준비과정을 하고 나면 월요일에 바로 일에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정각에! 월요일에!' 가 오기 전에 예열 과정을 거친다고나 할까요? 사람이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려우니까요.
☃️: 일요일에 출근하는 게 해결 방법이라니 너무 슬픈 거 아닌가요!! 🥹
🧶: 호호 다른 방법으로는 월요일에 예열하는 시간을 갖고 화요일부터 열심히 할 수도 있겠지만요ㅎㅎ.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래의 나에게 무책임하게 미뤘다라고도 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 완벽하게 하고자하는 고집을 부렸던 건 아닐까 싶어요. 9시부터는 혹은 월요일부터는 완벽하게 시작해야지! 했던 거죠. 그런데 한 번에 완벽하게 모든 걸 갖추긴 어렵잖아요. 차라리 그냥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일단 시작해보는거죠.
☃️: 가벼운 마음으로라도 “하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가 되려고 하다가 되려 시작도 못할 수도 있거든요. 공부하겠다고 다짐하고 방을 치우는 것보다 10분이라도 공부하는 게 더 의미 있는 것처럼요. 저희 이런 느낀 점들을 요약해서 내년의 목표를 한 번 채워볼까요?
☃️: 그만둬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했다면, 최종 목표에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50%, 아니 20%는 한 거 잖아요. 모든 세상이 0과 1로 이루어져 있진 않으니까요. 😄 하는 만큼 남는 거 같아요.
제가 예전에 배드민턴 동아리를 하다가 그만두고 최근에 배드민턴을 다시 쳤거든요? 놀라운 사실은 제가 그중에서 못하는 편이 아닌 거예요. 5~6년 전에 하고 그만뒀는데 게임 룰도 새록새록 다 기억나는 거 있죠? 사실 배드민턴 동아리를 하면서 제가 못하는 편이라 위축되어 있었지만 (그러면서 연습도 안 했지만...), 그래도 했던 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비단 배드민턴뿐 아니라 일 (공부) 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평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힘들게 고생한 플젝은 남잖아요? "열심히 하면 뭐라도 남지 않을까!" 의 마인드를 내년엔 더 장착해 보려고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천이 참 어려워요.
🧶: 이건 제가 이전에 가졌던 콤플렉스와도 연결된 질문인 거 같은데, 저는 이것저것 시작은 잘하지만 잘 마무리하는 것을 어려워했어요. 나는 왜 남들보다 끈기가 없을까, 마무리를 잘 못할까 하는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이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한 친구가 저에게 '너는 정말 시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구나' 라고 말해줬어요. 그 말을 듣고 다시 저를 돌아보니 해본 게 참 많더라고요. 비록 수많은 경험 중에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이 느림보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몇 개 안되지만ㅎㅎ 취미든, 프로젝트든, 인턴이든 짧게라도 해봤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과 아닌 일을 알 수 있었고요. 실패로 끝난 무수한 경험으로 인해 꾸준히 하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도 알게 되었어요. 또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추진해 보는 성향 덕에 이 느림보 프로젝트도 시작할 수 있었죠. 그 이후로는 '나는 왜 이렇게 마무리를 못할까' 가 아닌, '나는 시작을 잘하니까 계속해서 도전해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님은 시작을 잘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제가 가지지 못한 장점인 거 같아요. 저는 일을 잘 끝내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쉽게 못 벌리는 사람이거든요. 내년은 저도 🧶님을 본받아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적어도 기회가 왔을 때 차버리진 말자" 라면, 내년은 직접 아이디어를 내면서 일을 벌여보고 싶어요. 🧶님 옆에 붙어서 따라 하면 저도 그럴 수 있겠죠?
🧶: 내가 가진 단점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를 잘 활용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예를 들어 저는 일을 시작하는 걸 잘하잖아요. 반면 꾸준히 끝까지 끈기 있게 하는 것을 어려워하죠.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끈기 있는 사람을 꼭 끼워서 함께 하고 있어요. 연구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논문 스터디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본 느림보 프로젝트도 비슷한 맥락이랄까요? 나 홀로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지만, 다양한 장단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면 되는 거죠.
☃️: 저는 내년에 갓생을 살고 싶어요! 저에게 갓생이란 1) 운동 2) 취미 3) 일, 이 세 가지 모두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년의 갓생을 위해 미리 운동과 취미를 탐색하고 있어요. 저는 헬스 같은 정적인 운동보다, 클라이밍, 배드민턴처럼 게임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게 훨씬 재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년에는 여러 운동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려고 올해 이곳저곳 발 담가놨어요.
일에 대한 갓생은 갈 길이 멀지만, 제가 하는 일의 의미와 방향성을 인지하면서 일하고 싶어요! 하루하루 무언가를 열심히 했지만, 큰 그림에선 중요하지 않은 거에 열심히 했던 경우가 많더라고요. Greedy algorithm이 항상 최적의 알고리즘이 아니듯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게 일주일을 똑똑하게 사는 건 또 아니더라고요. 매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스칼라라면, 일주일, 한 달, 혹은 분기의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벡터 같달까요? 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지금 일이 어떤 목적과 의미를 지니는지 더 잘 알수 있더라고요. 그게 절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 저는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거요!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하는데요. 1)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 하루의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하고, 2) 하루 일과 중에 적어도 하나의 성취가 있어야 하고, 3)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하루를 곱씹으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최근에 깨달은 건데, 저는 하루가 끝날 때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불행하더라고요. 그런데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만으로는 열심히 살았다는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고, 달성했음을 곱씹는 시간이 있어야 성취가 느껴지는 거 같아요. 꼭 일이 아니더라도, ☃️님처럼 취미나 운동 혹은 인간관계 등에 대해 매일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 불행하지 않아요. 말은 부정적으로 했지만, 긍정적인 표현이에요. 이전에는 기억에 남을 정도로 즐겁거나 웃긴 일들이 있어야지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특별히 불행하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나름 요즘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도 재미있고, 부모님과도 잘 지내고 있어요. 가끔 만족할 만큼 성취감이 들지 못한 하루하루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유난히 불행하다기보다는 그다음 날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아 잘 지내고 있답니다.
☃️: 흠,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요즘 마음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예요. 공허함의 반대랄까요? 풍족하고 안정적이고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친구들 덕분인 것 같은데, 친구들이랑 서로 편지로 ‘네가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줘서 힘이 되었어’ 라고 하며 용기를 주면서 '이게 어떻게 사랑이 아니야? '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거든요.
그래서 사랑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데 시기마다, 저의 상태에 따라 사랑의 정의는 달라지나 봐요. 요즘의 저에게는 ‘온전하게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사랑인 것 같아요. 본인이 이룬 게 없는 옹졸함 덩어리에도 자존감 하나 꺾이지 않고, 질투 한 점 없이 온전하게 상대방의 행복을 축하해 주는 게 참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위 친구들이 사랑과 고마움을 많이 표현해 준 덕에 저에게도 사랑이 쌓였고, 저도 받은만큼 돌려주고 싶어요. 모호한 표현이지만, 요즘 사랑이 가득 차 있는 기분이에요.
🧶: 와 정말 좋네요. 그런데 이게 참, 온전하게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남의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서는 일단 내가 온전하게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저는 그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 저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는 관대한데, 저에 대해선 엄격한 거 같아요. 티끌 같은 단점이 보여도 스스로에 대한 애정도가 식거든요. 다른 사람을 대하듯 스스로를 대하기만 해도 좋겠어요!
☃️: 참 운이 좋았고, 고민이 많았고, 다이나믹했던 한 해였어. 올해 열심히 놀았으니 내년부턴 열심히 일하자 눈사람 ☃️ 아!!
🧶: 손에 잡히지 않는 성취로 가끔은 불안하고 초조하기도 했지만 잘 하고 있고 잘 했어. 내년에는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보자.
☃️: 약간의 느림보 권태기가 왔던 시기도 있었던 거 같은데, 함께 해서 올해도 무사히 12편의 글을 낼 수 있었어요! 이야기하 다보면 어? 이거 지난달의 우리가 했던 얘기인데? 했던 내용이 많더라고요. 뱅글뱅글 돌지만 나선형처럼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있는 거 같아서 너무 뿌듯해요. 🌌
🧶: 올해도 느림보 프로젝트를 함께해 줘서 고맙습니다ㅎㅎ. 느림보 프로젝트의 글은 한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고 있지만, 사실 저희는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만나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매주 누군가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 고맙습니다. 덕분에 웃고 불평하고 우울하다 힘을 내어 한 주를 보내곤 해요. 내년에도 함께해 주실 거죠?
☃️: 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어떤 글을 앞으로 더 보고 싶은지 등 앞으로는 소통을 더 하도록 노력할게요. 🫶
🧶: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어요! 저희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알찬 이야기 담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올해도 이렇게 가는군요~~! 그렇지만 올해는 "올해 뭐 했지..." 보다는 "2022년...즐거웠다" 느낌이어서 후련하게 보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잘 가라 2022년!
🧶: 휴~ 이번 달도 퍼블리쉬를 무사히 끝냈네요. 잘 가라 2022년! 2023년 잘 지내보자!